▲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이 끝내주는 ‘고구마순 찌개’.
조종안
반가움도 잠시. 아내 얼굴을 보니까 민물 새우가 들어간 고구마 순(감자순) 찌개와 매콤달콤한 맛에 발라먹는 재미까지 더하는 풀치조림, 아삭아삭한 열무김치 등이 먹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 쌀가게 문을 닫고 들어온 어머니를 보면 군것질거리가 이것저것 생각나던 것처럼.
마침 1톤 트럭을 몰고 다니는 생선장수 아저씨가 "자 빨리들 오세요. 흑산도 참조기가 스무 마리 만 원, 스무 마리 만 원, 싱싱한 참게가 여섯 마리 만 원, 여섯 마리 만 원···"을 외치면서 지나갔다. 녹음되어 반복되는 소리지만 정겹게 느껴졌다. 시장에 가라고 부추기는 소리로도 들렸다.
"어이 우리 오랜만에 시장에나 다녀올까? 며칠을 된장하고 장조림 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더니 얼큰한 찌개가 생각나기도 하고. 자기가 담가준 김치도 거의 먹었거든." "그럼 잘 끓이는 김치찌개라도 끓여 먹지 그랬어요. 아무튼 좋아요. 나도 오랜만에 시장 구경이나 해야겠네." 합의가 쉽게 이루어져 부자 된 기분으로 아내와 시장에 나갔다. 작년만 해도 아내가 쉬는 날이면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줄포와 곰소에 들러 젓갈이랑 풀치랑 사다가 맛있게 먹었는데 기름이 리터당 2천 원 가까이 오르면서 바람 쐬러 나가자는 말도 못했다.
"요새는 시퍼런 허다 허믄 다 비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