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을 포함하는 매사추세츠 주의 차량 번호판에는 흔히 '미국의 영혼'(The Spirit of America)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실제 보스턴 일대는 미국 건국의 초석을 다진 곳이며, 현재도 미국의 인재를 길러내는 공장이기도 하다.
매사추세츠 주 차량국
보스턴은 미국 북동부의 대표적인 해안도시이다. 그러면서 유럽계 백인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또 세계 최고의 명문이라는 하버드와 MIT를 끼고 있기도 하다. 태평양과 마주한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대서양과 접해 있는 동북부의 보스턴까지 5000km가 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일단락했다는 점에서는 나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미국의 영혼(The Spirit of America)이라고?"
아침을 내가 급조한 '스크램블드 에그 앤드 소시지'로 먹고, 보스턴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아이들이 옆으로 지나치는 자동차들의 번호판에 쓰여진 문구에 흥미를 나타냈다. 미국의 각 주 자동차 번호판에는 해당 주를 상징하는 문구가 거의 예외 없이 박혀 있다. 보스턴이 속해 있는 매사추세츠 주는, 예의 '미국의 영혼'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다. 이 문구에 대한 '아들 셋'의 반응은 약간은 깔보는 듯한 것이기도 했고, 동시에 어느 정도의 호기심이 배어있는 것이기도 했다. 코웃음 치는 듯한 반응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영혼이라는 단어를 끌어다 쓰느냐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매사추세츠 주는 내 시각으로 보면 미국의 영혼이 맞다. 다만 그 영혼이 바람직한 것인지, 어떤지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지만." 영국계 백인들이 오늘날 매사추세츠 주 해안에 상륙함으로써 이른바 미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한 게 된 것은 사실(史實)이다. 영국을 상대로 한 미국 독립전쟁의 불꽃을 지핀 곳 또한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매사추세츠 주이다. 그러나 이런 연대기적 사실 만으로는 '미국의 영혼' 혹은 '미국 정신'의 지위를 부여 받을 순 없다.
매사추세츠 주가 미국의 영혼인 것은 무엇보다 이 나라의 지도층을 배출하는 '공장'이 바로 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MIT 등으로 상징되는 대학들이 바로 그 것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자동차로 한 두 시간에 거리에 있는 예일, 브라운, 다트머스 등의 대학도 비록 주는 다르지만 한 묶음으로 볼 수 있는 공장들에 다름 아니다. 이 공장에서 제조돼 나온 '물건'들이 미국의 정치와 경제, 외교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건 현실이다. 세계 3번째로 큰 영토, 그리고 그 땅에 발을 딛고 사는 3억 인구 가운데서 선발된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이 공장으로 들어와 물건이 돼서 미국 곳곳으로 다시 퍼져 나간다. 미국의 공과, 흥망과 성쇠, 선과 악의 핵심을 가장 짧은 시간에 들여다 보려면, 그래서 바로 이 곳을 봐야 한다. 그러니 매사추세츠가 미국의 영혼으로 상징되는 것은 백 번 맞는 말이다.
미국이 몰락한다면 하버드로 상징되는 대학에 책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