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사각팬티를 반바지로 알고 삼각팬티 위에 사각팬티를 입고 시내를 돌아 다녔다. 위 사진은 우리집 막둥이 삼각팬티와 사각팬티입니다.
김동수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동무는 삼각팬티를 입고, 위에 사각팬티를 입었습니다. 그 때까지 동무는 사각팬티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당연히 그것은 '반바지'였습니다. 동무도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던지 '그런데 반바지가 왜 이렇게 작지? 이상하네'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자 반바지도 여자 반바지처럼 작은 것이 있는 줄 알고 그냥 입었지요. 한마디로 팬티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삼각팬티 위에 사각팬티, 시내를 활보하다친구는 결국 삼각팬티를 입고, 그 위에 사각팬티를 반바지로 생각해 입고 시내를 활보했습니다. 차마 그 시내가 어디인지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내일 모레면 나와 결혼할 사람이 나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자랑이 잔뜩 배여 있는 얼굴로 말입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삼각팬티 위에 사각팬티를 입은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친구를 보고 웃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웃지?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지하철를 타도, 시내버스를 타도, 거리를 걸어다녀도 사람들은 동무만 보면 웃음보를 터뜨리기 직전이었습니다.
"사각팬티를 처음 입어봤어?""그렇지. 팬티는 삼각뿐이잖아.""입으면 반바지기 아닌 줄 알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몰라?""처음에는 이상했지. 그래도 조금 작은 반바지인 줄 알았지. 여자들도 반바지 짧게 입잖아? 남자 반바지도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사람들이 풍기문란죄로 잡아 넣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알고나서 정신이 없더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배꼽을 잡고 방바닥에 거의 누워 버렸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그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아마 사각팬티가 처음 나왔을 때 친구처럼 반바지로 착각하고 삼각팬티 위에 입고 나간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 지금 중국에서 선교사 일을 하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데,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아찔과 쪽팔림 사이, '노출'의 추억 공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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