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3일 저녁 여의도 KBS앞에서 이명박 정권 공영방송 장악음모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시민들이 '퇴진 최시중, 사수 정연주'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권우성
3년 전, KBS 본관 앞에는 KBS를 지키겠다는 촛불 시민들이 매일 저녁 모여들었다. 유모차를 몰고 온 젊은 주부들로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매일 저녁 모였다. 자발적으로 차와 라면을 끓여 촛불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분도 있었고, KBS를 지키겠다며 KBS를 에워싸는 인간 띠도 만들어졌다.
3년 뒤 KBS 본관 앞에는 '친일파 백선엽과 독재자 이승만 찬양방송'을 규탄하는 모임이 최근까지 열렸다. 지난 11일에는 '친일 찬양 방송 KBS 규탄 2차 촛불 문화제'가 오후 7시부터 열렸다. 독립운동단체, 4·19 단체, 한국전쟁 유족회, 시민사회 언론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일 독재 찬양 방송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1인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면서 "KBS가 독립군 토벌대 백선엽을 미화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친일 독재 이승만까지 미화하려 한다"면서 '친일파 찬양 방송 사과'와 '이승만 찬양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그리고 최근의 '도청 사건'과 '정치 공작' 의혹을 둘러싸고 KBS 내부에서는 다시 극명한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KBS 집권세력은 '도청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고, KBS의 젊은 구성원들은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언 62 참조). 최근의 '도청 사건' 이후 KBS의 젊은 기자들은 사건 현장에서 "도청이나 하러 가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단다. 한때 '국민의 방송'의 당당했던 기자들이 이제는 KBS 로고를 가리고 취재를 해야 하는 모멸스러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3년의 세월..."KBS를 지키자"는 거대한 행렬 3년의 세월이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3년 전 6월 11일, 감사원이 KBS 특별감사를 시작하자, 서울 광화문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이 "KBS를 지키자"며 거대한 행렬을 이루면서 여의도 KBS 쪽으로 왔다. 그 즈음 인터넷에는 이런 알림이 번지고 있었다.
"우리 모두 KBS 앞에서 촛불집회 합시다. 공영방송은 우리의 손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KBS가 무너지면 MBC는 자동으로 쓸려 갑니다. KBS 정연주씨 무너지면 두 공중파는 단박에 꼴통 5적들 수중에 갑니다. 5년 아니라 저 공중파를 이용하여 조중동까지 가동하면 대한민국 바보 만드는 거 일도 아닙니다. 단언하는데 KBS 넘어가면 최소 10년은 정권 연장 됩니다. KBS 촛불집회에서 우리가 주장할 3가지는 (1) 정연주 사장 사퇴 압력 반대 (2) KBS 표적감사 반대 (3) 최시중 방통위원장 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