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는 형상인 설악산 봉정암 봉불암
임윤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유래나 전설을 횡설수설하듯 마구잡이로 전개한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가지런하게 다듬어서 엮었습니다. 읽다보면 '아! 그건 그래서 그랬구나.' '비슷한 이야기가 어디어디에 있었구나' 하고 탄식을 하는 내용이 수두룩합니다.
시험문제에는 나오지 않지만 인성의 토대가 되는 상식들처럼 법문에서는 들을 수 없고, 경전에서도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 그 절에 스민 의미와 이유를 통해 시나브로 뭔가를 가르쳐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조성 배경 때문인지, 오른쪽에 계신 아미타여래좌상은 국가에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땀을 흘립니다. 12·12시간, KAL기 폭파 사건, 군산 페리호 침몰 사건, 강릉 잠수함 출몰 사건 때 땀을 흘렸습니다. 특히 IMF 사태 며칠 전인 1997년 12월 2일부터 13일까지는 법당이 흥건할 정도로 땀의 양이 엄청났습니다. -239쪽-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이적(異蹟)을 보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보이고 있는 이적의 사례들도 꼼꼼하게 엮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처럼 절을 찾아가는 마음이 조금은 단조로울 때 꺼내보면 별사탕처럼 달콤할 이야기들입니다.
왜 부처님 얼굴을 상대적으로 크게 조성하였을까요? 여기에도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 부처님을 친견할 때는 아래에서 위로 우러러보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먼 곳에 있는 것은 가까운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보입니다. 따라서 위쪽인 머리 부분을 크게 해야 밑에서 부처님을 뵐 때 머리 부분이 전체 몸과 조화를 이루어 상호가 원만하게 보입니다. -18쪽-유래나 전설이라고 하니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심코 바라봤던 불상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 얼마나 섬세한 관찰이며 꼼꼼한 설명입니까. 이런 설명이야말로 어떤 법문에서도 들을 수 없고, 어떤 경전에서도 읽을 수 없는 배려이며 가르침입니다.
절에 갈 때, 기도하는 마음도 준비해야겠지만 걸으며, 여기저기 둘러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로 피워낼 법문 아닌 법문, 경전 아닌 경전으로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에 들어 있는 이야기 한 구절 챙겨보십시오. 절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훨씬 재미있어 질것입니다.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입담만 좋게 하는게 아니라 절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주고, 밀교처럼 전해지는 그 절에 담긴 가르침을 꾸러미로 갈무리 할 수 있는 이야기보따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 펴냄, 2011년 7월 25일, 13,000원)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 불교문화 에피소드
목경찬 글.사진,
조계종출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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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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