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임원진을 보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의 사장단이 들어있다. 이런 원자력산업계 인물들과 나란히 정부의 안전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진흥을 논의하는 협회에 함께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
10일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책임질 위원장에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부위원장에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브리핑자료를 통해 강창순 위원장 내정자를 학계출신의 방사성폐기물안전협약 의장이자 원자력안전전문가로 설명했다.
문제는 두 내정자 모두 그동안 원자력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회전문 인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두 명 다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임원을 맡고 있으면서, 원자력이용자 단체인 한국원자력산업회의의 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원자력산업 관련 84개 기업 및 단체 등을 회원사로 하는 한국의 원자력산업계 대표기관이다.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의 임원이면서, 원자력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임원이기도 한 것이다.
규제를 담당하는 사람이 진흥을 하는 역할까지 동시에 하다 보니, 공정하고 객관적인 안전규제가 그동안 가능했겠는가. 이러한 폐해는 '원자력 마피아'라 불릴 정도로 '그들만의 패밀리'를 형성하여 폐쇄적인 정책결정과 운영의 폐해를 낳았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인데, 그 초대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왜 이런 인물들을 선정했을까. 그것은 정부 당국이 아직도 법률을 만든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최소한의 자격요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여전히 원자력에 관한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원자력마피아'들의 활약 때문일 것이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야
원자력위원회법 10조 4항과 5항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서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을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는 위원회가 원자력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위해 법률에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법률상 결격사유에 명백하게 해당하는 강창순, 윤철호 위원장, 부위원장 내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이번에 설치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에 대한 안전규제에 있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을 하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첫 단추를 끼우기도 전에 명백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책임자로 임명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의 인사는 현재 정부의 원자력안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가 원자력의 위험을 인식하고 그 비중을 줄여나가고, 탈핵까지 채택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지는 못할망정 원전의 안전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안전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원자력학계, 원자력산업계 등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위원회가 채워져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왔다. 이제라도 환경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원자력계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한 인물들을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원자력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며 후쿠시마와 같은 방사능 대참화를 그나마 피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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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결격되는 사람에게 원자력안전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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