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성 전 사령관
"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신데,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소원이 아버님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보시는 것이라고 하세요."
고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의 장녀 강정현(56)씨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 신군부에 협력을 거부했던 강 전 사령관은 외환관리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강 전 사령관의 유족들은 "하나회 해체에 앞장서고 신군부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3년 형을 선고 받았다"고 주장한다.
강 전 사령관과 정치군인들의 악연은 1973년 이른바 '윤필용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식사하던 중 "형님이 각하의 후계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윤 사령관과 그를 따르던 장교들이 처벌받은 사건이다. 윤 사령관은 1961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 대리를 지낸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후원자였다.
윤 사령관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노한 박 전 대통령은 강창성 보안사령관에게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수경사 참모장 손영길 준장, 육군본부 진급 인사실 보좌관 김성배 준장 등 이른바 '윤필용 그룹' 10명이 각각 1∼15년의 징역형을 받았고 30여 명이 군복을 벗었다. 하지만 당시 하나회 회장을 맡고 있던 전두환 준장과 노태우 대령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호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것은 사건을 조사했던 강 전 사령관이었다. 그는 좌천되어 대전의 3관구 사령관을 끝으로 중장으로 예편당하게 된다.
이후 해운항만청장을 역임했던 강 전 사령관은 1980년 2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초대로 국정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두환 장군이 집권욕을 드러내자, "이번만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뽑은 민간정치인에게 정부를 이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며칠 후 강 전 사령관은 돌연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된다. 구둣발로 들이닥친 수사관들이 장롱 속에서 찾아낸 1300달러가 외환관리법 위반의 빌미가 됐다. 강 전 사령관의 유족들은 '이 돈은 해운항만청장 시절 출장을 갔다가 남은 돈을 넣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혐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청마다 로비자금으로 마련한 비자금을 마련한 당시 관행을 마치 개인비리인 양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1981년 징역 3년에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 받은 강 전 사령관은 항소를 포기했다. 강 전 사령관의 차남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아버지께서는 어차피 정치적으로 보복을 당하는 거니까, 항소가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버지가 신군부의 정치보복에 희생당해 억울한 누명을 쓰셨다는 것이 여러 정황상 드러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당연히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전 사령관은 영등포 교도소 수감 중 혹독한 순화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져 그의 혐의가 정치적 보복에서 비롯되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강 전 사령관은 생전에 "한국전쟁 때부터 힘든 군 생활을 해서인지 군 시절 어떤 훈련도 힘들게 느낀 적이 없었지만 순화 교육은 훈련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잡는 그런 살인적인 고문에 가까웠다, 나 자신도 어차피 당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이를 깨물면서 훈련을 받았고 이후 몸은 완전히 엉망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강 전 사령관과 같이 수감생활을 했던 이신범 전 한나라당 의원도 교도관들이 "위에서 강 장군이 훈련 받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보내라고 한다"며 난감해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2006년 3월 국가보훈처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는 강 전 사령관이 3년형을 선고받아 2년 반 가량 옥고를 치렀던 전력을 문제 삼아 국립묘지 안장을 부결시켰다. 보훈처는 당시 "금고 2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으며 일부 생계형 사고를 냈다면 심의를 통해 안장이 허용되도록 한다"는 심의기준을 공개했다. 강 전 사령관의 묘소는 현재 경기도 포천의 선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