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탑
국립대전현충원
이 법률은 제5조-1에서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요건 13가지를 규정해 놓고 있다. 그 중 편의상 5공세력과 관련되는 항목만을 들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던 자(가항)', '무공훈장 수여자(라항)', '장관급(將官級,) 장교(마항)' 등 세 가지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에 있었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물론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육군 소장이었던 안현태씨는 일단 안장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는 사람 |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1.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 다만, 제1항제1호나목 및 자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2. 제1항제1호다목의 사람(「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4조제1항제3호나목과 같은 항 제5호나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으로서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
3.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제1항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 다만, 수형 사실 자체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의 공적(功績)이 되는 경우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다.
4.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따라 파면 또는 해임된 사람
5. 그 밖에 제10조에 따른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榮譽性)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
*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중에서(굵은 글씨는 필자가 강조하기 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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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아래 제5조-4에서는 안장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안장될 수 없는 경우 5가지'를 명백히 제시해 놓고 있다. 그 중 5공세력 관련 항목은 세 번째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제1항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아무리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7가지 법률, 즉 국가보안법, 국헌문란, 살인, 폭력, 미성년자 약취 유인, 성폭력과 함께 공무원뇌물죄(특가법 제3조)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자나 1년 이상 금고 확정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안현태씨의 경우는 공무원뇌물죄로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어 복역했으니 명백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도 국헌문란죄와 공무원뇌물죄로 실형이 확정된 자이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없다.
자격이 명백히 상실된 사람은 당연히 국립묘지 안장의 심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이것의 하위법인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금고 1년 이상의 형 확정자는 해당 여부의 심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5공세력과는 무관한 조문으로 보아야 한다. 상위법에 분명히 안 되는 7가지 경우가 따로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심의위원회가 주장하는 이른바 '금고 1년 이상 실형 확정자'라는 것은 상위 법조문에 명시된 7가지 죄목이 아닌 다른 죄로 실형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심의위원회가 도박죄나 무고죄를 범한 사람을 심의하여 안장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안장 자격이 있었다. 애초부터 안장 자격이 없는 안현태씨와 전두환 노태우 등의 경우와는 성격이 별개인 사안이다.
일부 진보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비법률적이며 오히려 안현태씨가 심의 대상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아쉬운 대목이다. 굳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려면 차라리 안현태씨처럼 법적인 안장 자격이 없는 김재규를 거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터이다.
故 안현태 육군 소장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심의·의결 |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위원장 : 국가보훈처 차장)는 지난 6월 25일 사망한 고 안현태 육군 소장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8월 5일 심의·의결하였다.
위원회는 그간 두 차례에 걸쳐 고 안현태 육군 소장의 안장여부를 충분히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해 부득이 표결처리하게 되었다.
또한 그간 장성의 경우 시신 안장 등의 이유로 개별 서면심의를 해 왔고, 고인의 유족이 49재(8.12) 이전까지 안장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서면심의를 하였다.
위원회는 고인이 지난 1996년 특가법(뇌물, 뇌물방조)위반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으나, △ 1997년 사면법에 따라 잔형 집행면제를 받고 1998년 복권이 된 점 △ 육사 17기로 임관, 1964년 베트남에 파병되어 국위를 선양한 점 △ 1968년 1.21사태 시 청와대 침투 무장공비를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점 △ 전역 후에는 대통령 경호실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안보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고,
아울러 위와 같은 고인의 행적에 따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장,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육군사관학교 17기 동기회장, 대한민국 성우회장 명의의 건의서와 그 동안 월남전에서 전사(1968년)한 동기생 7명의 가족들을 보살펴 자녀들을 모두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점, 그리고 이들 가족 등이 보내온 탄원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국립묘지 안장대상자로 심의·의결하였다.
- 보훈처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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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안현태씨가 사면·복권되었으니 안장 자격을 회복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에는 실형이 확정된 자는 안장 자격이 상실된다는 조문만 있지, 사면· 복권된다고 해서 안장 자격을 회복한다는 조문은 없다. 보훈처에서도 사면·복권되었기 때문에 안장 자격이 있다고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만 민주화운동처럼 실형 사실 자체가 공적이 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문만 있을 따름이다.
상위법과 하위법이 충돌할 때에는 상위법을 우선하며, 법을 유추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조문에 적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야만 하는 것은 법 해석의 기본 사항이다. 따라서 만약 사면·복권되었다고 해서 안장 자격이 회복되었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것은 법 해석의 기본을 무시한 유추해석 또는 자의적 해석이며, 이것은 장차 전두환, 노태우의 국립묘지 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일부 언론이 말하는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자는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규정도 안현태씨와는 무관한 조목이다. 이 조목은 일단 안장 자격이 있는데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해칠 경우 비안장의 심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옳다.
예컨대 5공 군사반란 핵심인물이었던 유학성씨의 경우 대법원 형 확정판결 2주 전에 사망하여 공소가 기각되었으니 법적으로는 안장 자격이 있었다. 이런 경우 그가 군사반란 세력의 주모자로서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보았다면 비안장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심의위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결국 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해야 할 사람은 하지 않고 이번에는 정작 안 해도 될 사람을 심의한 꼴이 된 것이다.
'친일파 묘역', '독재자 묘역' 따로 두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