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흔히 'oo팔경' 하면 관동팔경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팔경(八景)이라는 말은 원래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 소상 지방의 아름다운 여덟 곳을 노래한 '소상팔경'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어떤 지역의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가지 경치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관동은 대관령의 동쪽을 의미한다. 일찍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의 아홉 고을을 '경치가 나라 안에서 실상 제일'이라고 했다. 그는 누대와 정자 등 훌륭한 경치가 많은 이곳을 칭송하면서, 흡곡(통천) 시중대,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간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을 사람들이 관동팔경이라 부른다고 했다. 흡곡의 시중대 대신 평해의 월송정을 넣기도 한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지금은 삼일포와 총석정, 시중대는 북녘 땅에 있고 망양정과 월송정은 경상북도에 편입되어 있다. 청간정은 옛 간성 땅, 지금의 고성에 있어 고성 팔경 중 제4경에 속하기도 한다. 청간정은 관동팔경 중에서 북녘 땅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남한 땅에서 제일 북쪽에 있는 관동팔경이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니, 고려 말의 문인 안축의 경기체가 <관동별곡>에서 조선 선조 때의 정철의 가사<관동별곡>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양사언과 정철, 숙종도 어제시를 내려 이곳 청간정을 노래하였고, 겸재 정선과 표암 강세황은 청간정의 경치를 그림으로 남겼다.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다 고성 땅에 접어들면 이내 청간정이 나타난다. 매번 이곳을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청간정에 올랐다. 비가 금세라도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흐린데, 마침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온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청간정은 생각보다 지척이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의 위용에 감탄했던 것도 잠시, 솔숲 사이로 청간정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12개의 돌기둥이 누정을 받치고 있는 청간정은 한눈에 보아도 시원스럽다. 측면 2칸이 정면으로 들어오고 정면 3칸이 옆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청간정은 공사 중이라 오를 수가 없었다. 정자에 오를 수 없다는 건 정자를 보지 못한 것과 진배없다. 정자를 오를 수 없으니 조선 시대 명필인 양사언의 글도 관동별곡을 노래한 정철의 글씨도, 숙종의 어제시도 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행여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에 썼다는 현판이나마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건만, 공사 중이어서 역시나 현판을 떼어 볼 수 없었다. 정자 주위도 울타리를 둘러 출입을 막고 있으니 울컥 서러움이 밀려온다. 미리 알고 왔더라면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하는 수 없이 정자 주위를 살펴 바다를 내려다볼 만한 곳을 애써 찾는다. 멀리 죽도와 천진해수욕장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청간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설악산이 운무에 가려 있다. 울산바위도 짙은 운무에 휩싸여 있다. 시커먼 먹구름에 비해 바다는 잔잔했고 이따금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왔다. 정자 주위를 둘러싼 소나무와 대나무는 이 잔잔함마저 막느라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곤 했다. 큰사진보기 ▲청간정에서 본 죽도와 천진해수욕장김종길 청간정은 중종 15년(1520)에 군수 최청이 수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불타버린 것을 1928년에 다시 지었다가 1981년에 해체·복원하였다. 청간정에서 보는 일출이 으뜸이라고 한다.입구로 다시 나와 정자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바다로 합류하는 청간천이 철조망에 주춤하다 쏜살같이 그 아래를 빠져나갔다. 철조망은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섰다. 바닷가에는 인적이 없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관동별곡 8백리길' 작은 이정표가 철조망을 가리려 안간힘을 쓴다. 동해안을 따라 걷는 이 길은 걷기 열풍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다. 이 길이 철조망을 걷어내고 북녘 땅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날이 점점 어둑어둑해졌다. '절대 출입금지, 오인 사격할 수 있음'이라고 적힌 안내문에서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큰사진보기 ▲청간정김종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관동별곡 #관동팔경 #청간정 추천5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종길 (jong5629)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이 기자의 최신기사 [사진] 요즘 황매산의 억새와 일몰 구독하기 연재 강원도 여행 다음글134화금지된 땅, DMZ 비경 두타연을 가다 현재글133화시원한 풍경이 으뜸인 관동팔경, 청간정 이전글132화백담사에 마음을 두고 오다 추천 연재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5 요즘 MZ가 혼술로 위스키 즐기는 이유, 알았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시원한 풍경이 으뜸인 관동팔경, 청간정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35화고래바위, 손바위... 바위의 천국이구만 134화금지된 땅, DMZ 비경 두타연을 가다 133화시원한 풍경이 으뜸인 관동팔경, 청간정 132화백담사에 마음을 두고 오다 131화강원도 화천에서 하늘을 갈랐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