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의 누에바로 가는 길.
김은열
이집트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일 뿐 아니라 기독교 성서의 나라다. 모세가 유대인들을 데리고 떠나는 이야기인 출애굽기의 '애굽'이 이집트이고, 아기 예수와 그의 가족이 헤롯 왕을 피해 피난을 간 곳이 이집트다.
성서의 땅 이스라엘과 시나이 반도를 통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에는 해마다 성서의 자취를 찾으려는 수만 명의 성지 순례 관광객이 방문한다. 한국의 이집트 방문객도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이 전체 단체 관광객의 1/3 정도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무바라크를 몰아낸 혁명 이후 치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관광산업의 중심가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여행객보다 시위대가 더 많이 보였고, 이집트 박물관이나 피라미드 유적지에 가보아도 여행객들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치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집트 방문을 꺼리는 것은 성지 순례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객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집트에서 20여 년간 가이드를 한 관광업 관계자는 "혁명 이전의 관광객이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5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달에 3~4건 정도 있던 성지 순례 관광팀이 지금은 한 달에 1건 있을까 말까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 육로를 통해 이스라엘이나 요르단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가 시나이 반도의 누에바다. 시나이 반도로 가는 길은 다른 곳과 달리 군인들이 지키는 초소를 여러 개 지나야 한다.
기자는 8월 초 시나이 반도에 다녀왔다. 그곳에 가는 동안 수에즈와 시나이 반도 곳곳에서 세 번에 걸쳐 여권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집트의 다른 지역과 달리 시나이 반도에는 겨울에 눈도 내리고 가끔 폭우도 쏟아진다. 차를 타고 누에바로 가는 길 곳곳이 지난 폭우 때 유실되어 오프로드를 한참 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