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노 무네테루(Ujino Muneteru) I '회전기(Rotators)' 사운드 조각 2009
김형순
또 다른 일본 작가 우지노의 작품 '회전기(Rotators)'를 보자. 이 작품은 폐품이 된 턴테이블, 전기기타, 헤어드라이어, 전동공구, 자동차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일부 회전판을 누르면 로큰롤음악이 나온다. 이런 잡동사니는 일본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했다는데 그 이유는 미국문화로만 전 세계가 획일화돼가는 걸 꼬집기 위해서란다.
이 작업은 작가가 70-80년대 일본이 경제호황을 누릴 때 몸에 체득된 천박한 소비주의와 지나친 낙천주의에 대한 수치심을 고백하려는 동기에서 발단됐단다. 연주처럼 보이나 다시 생각하면 이 작품도 사운드 조각이거나 오브제 아트다.
산업세대인 우지노는 산업화의 모태가 모터의 발명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또한 로큰롤음악도 미국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 자동차를 만들 때 생기는 잡음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러니 이 작가는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연주가 끝나면 우유에 바나나를 갈아 같이 마시는 믹서 퍼포먼스가 있는데 이 역시 산업세대와 관련이 있다.
호흡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사운드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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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경 작가 '이터널 터닝(Eternal Turning)' 첼로 즉흥연주 댄스 2011. 악기가 다 부서질 것 같다
ⓒ 김형순
이번엔 탄탄한 클래식을 기초로 뉴욕에서 10년간 작곡, 첼로 퍼포먼스, 즉흥연주, 한국 전통음악, 팝, 노이즈 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온 이옥경 작가를 연주를 보자. 작가는 '이터널 터닝'에 대해 "호흡의 변주인 노이즈, 허밍, 신음소리 등은 사람의 감정을 담은 좋은 언어인데 난 여기서 그런 소리에 대한 사유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연주는 온몸으로 하는 백남준과 샬럿의 첼로연주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백남준은 듣기만하는 음악의 수동성에 불만이 많아 거기에 격한 몸짓을 접목시켜 보다 넓은 의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생각해냈고 사운드 아트를 만들어냈다.
역설의 사운드 아트, 폴스 앤 라오의 '피그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