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테니스코트, 왜 토요일 예약이 불가능할까?

[취재기]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SK 회장을 만나다

등록 2011.08.07 16:17수정 2011.08.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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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커힐호텔이 자랑하는 국제규격의 테니스코트, 토요일엔 예약이 불가능하다
워커힐호텔이 자랑하는 국제규격의 테니스코트, 토요일엔 예약이 불가능하다윤성원

4일 국회에서 열린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워커힐호텔 테니스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후보자와 최태원 SK 회장이 이곳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 테니스를 쳤다"는 야당쪽의 주장 때문이었다. '한상대-SK 커넥션'의 장소로 워커힐호텔 테니스장으로 지목된 것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와 최태원 회장은 검사장이 돼서도, 서울고검장 시절에도 워커힐 테니스장의 개인코트에서 한 달에 한두 번 테니스를 쳤다"고 주장했고, 한 후보자도 "양재동과 워커힐 테니스장에서 쳤다"고 이를 인정했다.

도대체 워커힐호텔 테니스장이 어떤 곳이기에 검찰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총수가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만난 것일까? 

"토요일엔 예약불가"... 최태원 회장 개인적으로 사용

5일 오전 8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워커힐호텔 테니스장 옆으로는 햇빛을 잔뜩 받은 한강이 흘렀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 나란히 위치한 두 개의 국제 규격 코트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테니스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니스장을 정리하는 분에게 물어봤지만 "테니스는 해 뜨기 전에 다 치고 갔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피트니스 데스크로 들어가 "회원권 구입을 문의하러 왔다"고 하니 '조금 높아 보이는 사람'이 후다닥 뛰어왔다. 관계자는 회원권 정보를 줄줄 읊어나갔다. 그에게 평생회원권 정보를 물었지만 "평생회원권은 현재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자는 마치 평생회원권이 판매되면 바로 구입할 것처럼 최대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도 아쉬운 표정으로 "평생회원권은 양도조차 불가능하다"며 "약 400만 원 정도면 연간회원권을 구입할 수 있으니 알아봐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워커힐호텔 피트니스 평생회원권은 회원권 딜러를 통해 약 6000만 원에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회원권을 가진 고객이라면 토요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며 "오시기 전에 전화 한 통만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왜 토요일은 예약을 받지 않는지 궁금했다. 평일보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테니스를 치려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텐데 말이다.

이 관계자는 "토요일엔 주로 최태원 SK회장이 테니스코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코트 예약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님이 주로 토요일에 코트를 이용한다"며 "한 달에 한두 번은 부인인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도 같이 온다"고 비밀을 일러주듯 이야기했다.


'혹시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도 같이 치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코트에서 테니스를 친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는데 잘 모르는 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장입고 피트니스에 나타난 최태원 회장

테니스코트 정보를 묻고, 피트니스 내부 시설을 구경하며 상담도 받는 등 '당장 회원권을 구입할 사람'으로 행세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피트니스 데스크 앞에 앉아 한숨 돌리는데 전날 밤 뉴스에서 본 사람이 나타났다.

최태원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포털사이트 프로필 사진처럼 회색 양복을 입고, 왼쪽 가슴에 SK의 엠블럼인 나비모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크게 놀란 나머지 눈앞에 나타난 최태원 회장을 보고도 말 한 마디 걸 수 없었다.

그는 피트니스 앞에서 불편한 복장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자를 무서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포털 프로필 사진보다 작은 눈으로 의심스런 눈빛을 보낸 최 회장은 수행비서로 보이는 사람과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갔다.

최 회장은 정장 차림으로 운동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데스크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정장을 입고, SK 배지를 착용한 몇몇 사람들이 최 회장이 들어간 곳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최 회장은 나오지 않았다.

토요일인 6일 아침, 난 다시 워커힐호텔호텔의 테니스장을 찾았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은 이곳 테니스장을 '인맥관리' 차원에서 이용하는 듯했다. 지난 4일 한상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듯, 한 후보자가 최 회장과 함께 워커힐호텔의 테니스장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니스장 이용 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덧붙이는 글 | 윤성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윤성원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최태원 #워커힐호텔 #한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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