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 입구 모습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김민석
두 번째로 찾은 B사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대학생들 사이에 유명한 업체로 규모는 A 캐피탈보다 작았다. 업체의 매출 90% 이상이 대학생학자금대출인 곳으로 대학생 대출 전문 업체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B사의 보안시스템은 철통같았다. 잠겨 있는 문에는 '통화+XXXX번을 누르시면 문을 열어드립니다 ^^ ★두드리지마시고 눌러주세요★'란 메모가 붙어있었고 실제로 두드려보니 반응이 없었다.
메모에서 시킨대로 왼쪽에 설치된 보안기기를 누르니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로 오셨죠?"라는 물음에 "등록금 대출을 알아보러 왔어요"라고 답하니 문이 열렸다. 한 여자 직원이 나와 기자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대학생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라서 그런지 20여 명의 직원들 대부분 젊은 여자였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상담실 책상에는 대출 상품을 설명하는 책자가 놓여있었다.
잠시 뒤 여자 직원이 음료를 들고 들어왔다. 아무개 주임은 나이와 어느 대학교 다니는 지부터 물었다. 이어 그는 "대출 사용 용도에 따라서 가능 여부가 다를 수가 있다"며 사용 여부와 액수를 묻기에 등록금 비용을 대기 위해서 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기존에 정부학자금을 받은 적이 있는지", "학교에 특별 신청을 해보았는지" 등을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기자는 "계속 받아오다가 이번에 못 받게 되어서 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그는 이해가 된다는 투로 "원래 장학금재단에 학교별로 대상자 제한이 없었는데, 1년 전부터 생겼다"며 "한 학기당 몇 명 이렇게 딱 정해져 있어서 특별 신청도 안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B사는 대학생이 가장 많이 찾는 업체"라 소개하며 "대학생 학자금 대출 금리는 20~30% 사이로 100만 원 빌린다 했을 때 한 달에 2만 4000원 정도의 이자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모님이 알지 못하게 비밀보장을 해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용등급 심사 때에는 "OO대학교 학사관리과인데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취업 진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OO분이 자녀분 맞으신가요?"라는 식으로 부모 확인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연체되는 일만 없으면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등급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상위권 대학 1위부터 50위까지 순위를 매긴 리스트가 있고 순위 별로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며 "50위에 속하지 않은 대학은 심사 시 금리상정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대학인지 지방대학인지에 따라 나눠지고, 의대 및 로스쿨 등 특수 대학에도 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며 "모든 금융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부·학과까지 따지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업체에서만 대학생 70만 명이 대출받았다" 주임은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앉는 것이 안타까워서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상환계획을 확실히 세우고 자신이 있을 때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라"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처음엔 등록금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이 쉽게 되는 것을 보고 다른 용도로 쓸 때에도 학자금 용도라고 거짓말을 하고 추가 대출을 받는다"며 "일단 부결(대출불가 판정)이 나면 조회기록이 남고,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업체에서도 최대한 부결이 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대출을 받아 가느냐?'는 질문에 "5년 정도 업무를 했는데, 우리 업체에서 거의 70만 명이 거래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것이 진짜인지 과장된 답변이지 알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대부업체 대학생 대출 건수인 4만8000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수입이 없는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쉽게 고액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대학생의 상환능력보다는 그 부모의 상환능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업체들은 모두 주소변경 말소기록과 가족관계가 빠짐없이 들어간 주민등록등본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대학생으로부터 변제가 여의치 않게 될시 부모에게 채권 추심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엔 부족하다. 한때 정치권에서 활발하던 반값등록금 논의도 실종돼 버렸다. 그러는 사이 대학생들의 암담한 현실을 '대출시장'으로 공략하는 대부업체들만 늘어만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2학기 등록금 고지가 날아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민석기자는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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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위~50위 순위 있고, 순위별로 금리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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