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도 전쟁, 먹는 것도 전쟁입니다

수영장 간식 사기 위해 영화 '퀵' 주인공 되다

등록 2011.08.06 11:43수정 2011.08.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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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쨍하고 뜬 햇살이 반가워서 집근처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최소한 아홉시 전에 와서 줄을 섰어야 하는데 오전 열시에 오니 이미 백미터도 넘게 줄을 선 행렬을 보니 저도 설경구처럼 "나 돌아갈래!!!" 외치고 싶지만 오늘은 꼭 수영장에 오겠다고 약속을 해버린 탓에 그냥 꾹 참고 만리장성같은 행렬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쨍쨍 타들어 갈 듯 내리쬐는 태양 아래 지루한 기다림 속에 짜증마저 포기해 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드디어 수영장에 입장하고 목욕탕 같은 수영장 물에 발이라도 담가보니 또 거짓말처럼 시원함이 전해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줄을 서서라도 수영장에 온 건가 봅니다.

수영장 입장을 위한 고행길이 끝나니 또 다시 저를 기다리는 건 튜브에 바람을 넣기위한 줄, 물놀이를 하느라 출출해진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러 간식이라도 사먹이려니 이런! 또 미니 만리장성 줄입니다.

하필 현금도 다 떨어져 카드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계산대 시스템과부하로 지금부터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방송에 다리가 확 풀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수영장에 오면 물놀이도 물놀이지만 사먹는 재미도 낙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쳐댄 딸에게 소원 한번 풀어주느라 현금을 찾기 위해 밖으로 외출허가 도장을 손목에 찍은 채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 근처 현금출금기로 전력질주 합니다.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영화 <퀵>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저 대신 매점 판매대앞에 줄을 서고 있는 딸이 오분도 못되어 현금인출을 하고 온 엄마를 향해 환호성을 합니다.  무사히 딸아이가 먹고 싶어했던 간식을 사고 오전 열시부터 자리잡은 돗자리에 앉아 펼쳐 먹으니 천국에 온 VIP손님같습니다.


비록 손만 조금 뻗어도 옆사람에 치여 물놀이는커녕 물안에 있는 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하겠지만 행복한 미소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고행'은 이미 보상받은 셈입니다.

대한민국을 삶아버릴 듯한 무더위와 끝없는 줄서기와 아이들 돌보느라 오늘 하루 고단했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채워주느라 애쓰신 부모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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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 <달팽이 가족>에도 실렸습니다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야외 수영장 #영화 퀵 #물놀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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