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연수구

전국 최초의 지역총회와 주민투표 성사... 풀뿌리 지방자치 활성화 기대

등록 2011.08.05 13:16수정 2011.08.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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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의 출범이후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있거나 추진 중에 있다. 참여예산제도가 이렇게 급속도로 확장된 이유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실시한 야권연대과정에서 합의한 핵심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도 연수구를 시작으로 부평구, 남구, 남동구, 동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실시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참여예산제도는 1988년 브라질 포르트알레그레시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되었다. 당시 집권한 브라질 노동당은 98%정도의 예산이 경상비로 투자되는 최악의 재정상황에 처해있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한 것이 '주민참여예산제도'이다.

가용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포르투알레그레시는 주민들의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지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였으며 행정의 신뢰성과 주민의 참여를 높여내었다. 이처럼 참여예산제도는 예산을 매개로 풀뿌리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고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연수구에서는 2010년 주민참여예산조례 시행규칙이 공포됨에 따라 참여예산제도가 실시되었는데, 2011년 5월부터 참여예산 위원의 모집과 교육이 실시되었으며 2011년 7월에는 동춘동과 옥련동에서 주민투표와 문화공연이 어우러진 형식의 지역총회인 참여예산 페스티발을 개최했다. 8월에는 연수동과 청학동의 지역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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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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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지역총회를 개최하기 전 참여예산 지역위원회에서는 각 동의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제안서를 수거, 분석하여 10개정도의 후보를 주민투표에 붙이고 그중 3~5개 정도의 사업이 채택되어 참여예산 분과위원회에 전달되어 심의된다. 각 분과위원회에서 심의된 예산사업은  10월 참여예산 민관협의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반영여부가 결정된다.

예산결정 권한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부여하여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연수구에서는 현재 많은 주민들이 지방자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으며 행정에 대한 신뢰성도 높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입초기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공무원들의 자세도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지방의회의 동의가 전제가 되어 제도적인 밑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은 "우리 동네를 우리가 디자인 합시다"라며 참여예산제도의 정착을 위해 발로 뛴 주민들의 힘이었다고 본다.


필자는 지난 7월 24일 개최된 옥련동 참여예산페스티벌을 추진하면서 주부, 택시기사, 자영업자, 회사원, 도서관 자원봉사자 등 평범한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위원들과 함께 동네 곳곳을 방문하며 300여건에 이르는 주민제안서를 접수받았고 700여 명이 참여하는 공동체 축제를 성황리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평범한 주민들이 전국최초의 지역총회를 치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함께 참여예산제도의 성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참여예산 페스티발을 준비하면서 접한 지역주민들의 생생한 제안과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기대와 격려는 궂은 날씨와 열악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혹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면 "주민들의 과도한 요구로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되지 못할 것이다",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공무원들과 마찰을 불러올 것이다"라며 우려하고 또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에 대해 비난하지만 참여예산 제도를 대하는 주민들의 진지함과 열정은 그런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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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지역총회를 앞두고 열린 지역위원회에서 300여건에 이르는 주민제안서를 다루면서, 위원들은 과연 "이 사업이 시급을 요하는가?" "다수 구민들의 안전과 복리증진에 필요한가?" "사회적 소수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 "구청장의 재량행위에 해당하는가?" "예산편성 시 가져올 충격은 없는가?" 등을 꼼꼼히 살폈으며 이에 적합하지 못한 주민들의 제안은 반려하거나 중장기 사업으로 전환하여 추진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필자는 진정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임을 실감하였으며 무엇보다 참여예산제도가 지역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주민자치역량은 획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였으며 풀뿌리 지역운동은 정체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연수구 참여예산제도를 둘러싼 흐름을 지켜보며 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권한을 폭넓게 위임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풀뿌리 생활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참여예산제도를 매개로 자각된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고 시민운동과 정당이 보다 풍부한 역할을 찾아 나설 때, 무관심과 냉소의 대상이었던 지방자치는 희망과 가능성의 대상으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혁재 기자는 연수구 참여예산 구민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혁재 기자는 연수구 참여예산 구민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참여예산 #지방자치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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