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과일값 오름세로 과일 사기도 쉽지 않다
김혜원
"열대야에 지쳐서 그런지 식구들이 영 기운을 못 차리네. 뭐 보양식이라도 해 먹여야 할 것 같은데 장이나 보러 가자."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장보러 가기도 겁난다. 고기고 채소고 과일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잖아. 기왕 가는 길에 양은 조금 많아도 창고형 매장으로 가자. 며칠 전에 수박이랑 삼계탕용 닭, 호주산 스테이크 세일한다고 전단 들어왔어."
창고형 매장을 즐겨 찾는 친구.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에 비해 포장 단위가 커서 부담스러운 면은 있지만, 두 세집이 모여 공동구매를 하면 용량에 대한 부담은 덜고, 가격은 저렴하게 구매하는 효과가 있어 나름의 절약 노하우로 창고형 매장을 찾는다.
창고형 매장은 매장 크기는 물론 카트의 크기도 남다르다. 대형 할인마트의 카트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아이 한 명을 태울 수 있는 정도라면 창고형 매장 카트는 아이 셋을 태우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로, 일단 빈 카트가 주는 공간의 압박이 적지 않다. 커다란 카트, 대용량 포장 때문인지 모 카드사에서 조사한 창고형 매장의 1회 구입액 평균(1회 쇼핑 객단가)은 20만 원 선이라고 한다.
그 많던 '서민식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몇 달에 한 번씩 작정하고 쇼핑을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창고형 매장이 아닌 대형 마트를 찾는다. 전단광고 상품이나, 타임세일 상품, 쿠폰이나 1+1 행사를 잘 이용하면 1회 평균 쇼핑액 5만 원에서 1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일주일 분량의 식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개월 째 물가상승이 지속되다보니 5만 원으로는 이틀치 장보기가 어렵다. 심지어 10만 원을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는 가볍기 짝이 없다.
제철 과일의 가격조차 급등해 한 때 2만 원 이하로는 만져볼 수도 없었던 귀하신 몸 수박, 전단 세일가라며 1만3천 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크기도 작고 폭우 뒤끝이라 그런지 당도도 떨어진다.
돼지고기 삼겹살 값(100g당) 역시 2천 원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3천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서민음식으로 사랑받던 돼지고기가 요즘엔 수입 쇠고기 가격을 상회하며 부유층의 식탁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육류가 된 것이다.
돼지고기값이 고공행진을 하니 구이용 수입산 쇠고기 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해만 해도 1600원대면 충분히 구입이 가능했지만 요즘엔 2천 원 대 초반부터 부위별로 3천 원 이상. 등급이 높은 것은 한우가격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닭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삼 복 중에 가장 가격이 높다는 삼계탕용 중닭의 가격은 6천 원에서 9천 원 사이, 토종닭이라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은 보통 마리당 1만3000원 이상이다.
치솟는 물가... 10만 원어치 사도 손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