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아홉 살 소녀 사살... 곳곳에 시신 더미"

시리아 정부, 민주주의 요구하는 시민들을 탱크와 기관총으로 무력 진압

등록 2011.08.04 14:38수정 2011.11.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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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핏빛 진압이 계속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관련 기사 : 안과의사 꿈꿨던 대통령, 국민을 쏘다)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수백 대의 탱크로 시민들을 짓밟고 저격수를 배치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 시각), "탱크를 앞세운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하마에서만 (이번 주 들어) 적어도 45명의 시민이 숨졌다"고 현지 활동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군대의 포위를 뚫고 겨우 하마에서 빠져나왔다는 이 활동가는 "3일과 4일 이른 시간, 오론테스 강 북쪽에 있는 (하마의) 알 하데르 지구에서 기관총 사격과 탱크의 포격으로 40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이와 별개로, 자동차로 하마를 빠져나가려던 일가족 5명이 살해됐는데 이 중 2명은 아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중서부 도시인 하마는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 중 하나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하마를 비롯한 시위 중심지들에 대한 무력 진압 강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7월 31일(현지 시각), 하마에서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관련 기사 : 아버지는 2만 명 학살, 아들은 무차별 탱크 공격).

주민들은 3일(현지 시각) 정부군의 탱크가 시내에 엄청난 포격을 한 후 밀고 들어와 하마의 중심부인 오론테스 광장을 점령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시내 곳곳의 건물 옥상과 주변 성채에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탱크·기관총·저격수에 친정부 민병대까지 민간인 겨냥

시리아군뿐만 아니라 친정부 민병대도 시민들에게 발포하고 있다. 약사로 일하는 한 여성은 "하마를 떠나 도망치려 했지만 샤비하(친정부 민병대)가 주민들에게 마구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탱크의 포격으로 하마 시내의 여러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의 한 활동가 그룹은 하마에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통신이 두절됐으며 "도시를 탈출하려는 난민들의 거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무력 진압으로 인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마의 한 주민은 "도시 곳곳에서 시신 더미를 목격했다"며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는 가까스로 탈출한 몇몇 가족이 "하마의 상황이 1980년대보다 더 나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말한 '1980년대'는 1982년 학살을 가리킨다. 1982년 당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유혈 진압으로 하마에서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주재하는 한 외교관은 시리아 보안 기구가 사람들을 학살하면 반정부 시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외교관은 "하마와 (북동부의) 다이르 앗 자우르에서 몇 주 동안 평화 시위가 진행된 후, 시리아군 탱크들이 이 두 도시의 주거 지역에 포격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정권이 (민주화 요구 시위 중심지를) 표적으로 삼아 흉포하게 탱크를 사용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시리아군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탱크로 진압하고 있다.
시리아군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탱크로 진압하고 있다.BBC

정권의 표적 공격...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군은 하마와 다이르 앗 자우르 이외의 지역에서도 핏빛 진압을 하고 있다. 알부 카말도 지난주에 시리아군의 탱크에 짓밟혔다. 또한 미국의 CBS는 인권 단체인 '시리아 인권 관측소'를 인용해, 해안 마을인 라타키아에서 2일(현지 시각) 밤 아홉 살 소녀가 저격수의 총에 맞아 3일(현지 시각)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녀는 엄마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 후 저격수의 총에 맞았다고 한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현지 시각), 시리아 정부의 인권 침해 및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민주화 요구 시위가 다섯 달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 취한 첫 번째 공식 조치다.

그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시리아군의 잔혹한 폭력(<퍽! 퍽! "네 주인이 누구냐"... "대통령입니다">, <성기 잘린 13세 이어 눈이 사라진 15세 주검> 참조)이 계속됐지만, 유엔 차원에서 조치가 취해지진 않았다. 지난 6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시리아에 대한 유엔 차원의 규탄 결의안 채택이 추진됐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의장 성명은 결의안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시리아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조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라는 요구 등은 의장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탱크를 앞세운 시리아군의 무력 진압을 보도한 CBS.
탱크를 앞세운 시리아군의 무력 진압을 보도한 CBS.CBS

#시리아 #아랍 민주화 #학살 #바샤르 알 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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