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민족21> 발행 10주년 기념식. <민족21> 발행인을 맡고 있는 명진스님의 연설.
<민족21> 유수
7월 6일 국가정보원은 "2006년부터 <민족21>에서 활동하며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해 수시로 지령을 수수하고, 이에 따라 활동하면서 조직원을 인입해왔다"며 <민족21> 안영민 편집주간의 집을 압수수색하더니, 지난 24일 같은 혐의로 정용일 편집국장의 자택과 <민족21>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이런 홍두깨가 없다. 10년 넘게 합법적으로 책을 펴내온 <민족21>이 MB정부에 들어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이걸 누가 믿겠는가? 남북교류의 현장을 누빈 <민족21>의 취재는 철저히 정부와의 협의라는 합법적 절차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것은 정부기관에 의해 다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의 부당한 수사는 황당 그 자체다.
1989년 5월 '한겨레신문 방북취재 기획사건'이란 미명 하에 안기부가 <한겨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고 리영희 선생을 구속했던 적이 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런데 21세기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기사 '막가파식 역주행의 달인' MB정권이다 보니 국가정보원도 그 미친 역주행 차에 타서, 불법 조작 수사로 없는 죄도 만들어내던 1970~1980년대의 중정, 안기부로 돌아간 것 같다.
MB의 청와대에서 범죄자들이나 갖고 다니는 대포폰이나 차고 다니면서 민간인 사찰을 했으니 그 버릇을 남 주겠는가? '그런 청와대'의 지시를 받는 '그런 국정원'이니 앞뒤 안 가리고 도청, 불법 감시, 미행 등을 일삼는 'MB흥신소', 'MB심부름센터' 노릇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일할 때부터 'MB의 수족'이라 불렸던 원세훈은 국정원의 원장이 된 후 국민들을 놀라게 한 여러 족적을 남겼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해 노트북을 훔치다 덜미가 잡히더니, 지난 6월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왔을 때 이를 미행하다가 차량번호판이 찍혀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리비아에서는 정보원이 구금되었다 쫓겨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권 말기의 막장을 국정원이 다 보여준 셈이다.
나라 망신은 혼자서 다 하고 다닌 국정원은 안타깝게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이는 국정원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원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원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MB와 원세훈의 국정원은 '뻘짓과 나라 망신을 향한 무대포의 헌신'을 뽐내고 있다.
통일부 허가 아래 해온 취재...이제 와서 '이적'이라니 지난 2001년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남북의 마음을 잇겠다고 시작한 잡지 <민족21>의 활동이 어언 10년이 지났다. MB 국정원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10년 남북화해와 교류를 위해 북측 인사를 만나 취재하고 기사를 쓴 모든 활동이 국가보안법 위반인 셈이다.
그런데 <민족21>이 방북취재를 하거나 북의 <통일신보>, 일본의 <조선신보>와 기사교류를 진행할 때 모두 정부의 허가 아래서 했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데 이것이 불법이면 그러한 취재활동을 허가하고 도왔던 통일부, 국정원 등의 정부 조직 역시 북을 이롭게 하고 간첩의 지령을 수수해 활동한 불법 조직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최근 들어 <민족21>에는 불허했던 북측의 사진과 <조선신보>의 기사 등을 <연합뉴스> 등의 다른 언론들이 버젓이 게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 역시 국정원과 정부 당국의 이중잣대이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리'식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