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플러싱 코리아빌리지 내 열린공간에서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현지 시간) '박재동과 함께 하는 쿨투라 뉴욕 러브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관람객이 박재동 화백의 '낙서 예술' 작품들을 보고 있다.
최경준
비행기에서 잠들었을 때 승무원이 놓고 간 안내문을 이마에 붙인 아저씨가 막 잠에서 깬 표정으로 침을 흘리며 "벌써 다 왔나?" 한다. 카페 이름이 인쇄된 휴지에서는 종업원이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대리운전 홍보전단지, 잡지에 실린 화장품 광고, 초콜릿 포장지, 운전면허학원 홍보스티커, 택배 전표 등에도 어김없이 뭔가 그려져 있다. 식당 영수증이나 홍보스티커에는 그날 맛있게 먹은 음식을 그려 넣었다.
또 다른 카드영수증 한 편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놓고 "어떤 종이에나 그리는 화가"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박재동의 낙서 예술'이다. 배우 송승헌은 코와 턱 밑에 긴 수염을 길렀다. 여성의 하이힐 굽에 깔려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 모델의 가슴 안쪽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엉큼한 아저씨도 있다. 그제야 전시회장에 어울릴법한 앙다문 입술은 미소를 머금기 시작하고, 꼭 끼워졌던 팔짱도 스르르 풀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이 왜 이런 '낙서'를 전시하지?", "아, 나도 어렸을 때 이런 장난 많이 했는데." '시사만화가 박재동'?... "난 재벌 딸이야!" VS "난 비정규직인데"미국 뉴욕 플러싱 코리아빌리지 내 열린공간에서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현지 시간) '박재동과 함께 하는 쿨투라 뉴욕 러브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 옆에 전시된 '낙서예술'을 통해 이미 무장해제를 당한 관람객은 작은 엽서 크기의 '손바닥 아트' 앞에서 자신과 닮은 우리 이웃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아이고, 재동아! 너는 늙지 마래이', 주름살 깊게 팬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있고, 도장 파는 아저씨, 막차를 기다리는 아가씨의 뒷모습이 있다. 노량진 과일장수 김기봉씨가 있고, 또 다른 김 사장님도 있고, 밤 11시 넘어 피곤한 몸을 지하철 난간에 기댄 채 졸고 있는 직장인도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골목시장에서 만난 농부의 얼굴이 있고, 동료 화가의 노래하는 모습이 있고, 탑골공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중절모를 쓴 95살 노인도 앉아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놀고 있는 '도토리 같은 세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한 여인이 있고, 노량진 육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상인들이 있다. '겁 없이' 박재동 화백의 얼굴을 그려준 미술학원 강사 옆에는 배우 윤정희씨가 "멋있는 조각가가 빚듯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라고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