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스마트워크 책임연구원'네들란드의 스마트워크 추진 전략과 현단계'를 발표하고 있는 정병주 연구원
최봉실
스마트워크의 첫 발상은 아주 상식적인 조건과 긴요한 필요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권기재 KT 추진팀장이 설명하는 스마트워크 도입 배경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에도 일이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한 탄소배출량 저감과 기후 변화를 예방하는 방편으로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기대되는" 것이었다.
정병주 연구원은 스마트워크를 50% 이상 실행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최초 시작도, 처음 시범 적용이 된 신도시가 교통 정체 문제로 도시 업무가 제약받자 이를 스마트워크 제도로 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일에 맞는 곳에서, 자신의 조건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장점과 더불어, 기존 육아 담당자들이나 장애인들, 노동 취약 계층도 일만 능률적으로 잘 할 수 있으면 취업 기회가 더 확장된다는 장점도 있겠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커다란 사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부동산 및 에너지 비용을 줄인다는 점도 환경 문제가 심각한 현재에 더욱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실제로 정병주 연구원이 발표한 네덜란드의 마이크로소프트사(MS) 사옥은 스마트워크 추진을 통해 부동산 비용을 30~40% 절감했다. 스마트워크 개념에는 사옥 내 좌석 점유나 일터 배치 구조의 변화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기존 사옥의 자기 자리를 줄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MS사도 1인당 점유 공간이 4평에서 2.5평으로 줄었지만 협업 공간의 확보로 직원들은 오히려 넓어졌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정 연구원은 소개했다. KT의 경우에 따르면, 기존 넒은 공간을 점유했던 임원의 사무 공간도 4평 이하로 축소하고, 발생하는 여유 공간을 직원들의 협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제로 추진해 본 결과는 대체로 만족적인 것이었다고 발표자들은 밝혔다. 네덜란드의 MS사와 한국의 KT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처음에는 비용이 들어가고 또한 직원들의 관성에 따른 저항과 거부감이 크지만, 일단 적용했을 때 만족도는 2, 3개월 만에 드러났다고 한다.
정책 추진도 스마트하게 - 도전하고 유연하게권기재 KT 추진팀장은 새로운 변화를 혁신할 때 일단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크워크, 그 정신을 잘 고수한다면 실행 과정에서부터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연하게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는 방식으로 똑똑하게 시행해 볼 수 있는 사안이겠다.
다만 박지순 교수의 지적처럼, 법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법 제도 마련이 요청된다. 사무실 밖 노동과 관련해 노동법에 규정된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의 문제, 사고가 생겼을 때 어디까지 산재로 적용할 것이냐의 문제를 법으로 정비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상근직 근로자가 어떻게 규정될 것인지, 프리랜서와 구별되는 것인지, 이런 문제들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 지적했다.
점심비, 교통비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일일이 법적으로 규정하는 게 또 만만치 않은 작업이겠다. 그러고 보니 이왕 스마트워크를 할 거면 그것을 추진하는 전반적인 과정 전체가 정말 스마트하게, 즉 똑똑하고 유연하고 멋있게 해 갈 수 있는 방안과 선례들이 많이 나오기를 희망해 본다.
발표자들이 공통되게 짚고 있는 장점은 창의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성석함 방통위 전략팀장은 "노동 시간은 긴데 효율성 낮은 한국 노동 현실을 극복하고 선진국형 노동 현실로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발표를 들으면서 환영할 만한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우려가 되는 점은 이런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문화를 일터의 주요 구조로 촉진한다고 할 때(촉진법 제정 준비 중)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련 책임자들이 과연 얼마나 책임 있고 능력 있게 해결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틀과 제도만 가져와 거기다 맞지도 않는 각 일터의 현실을 무리하게 끼어 맞추려다 더 신경 쓸 일과 부작용만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제도 속에 사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