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해고노동자, 시민들과 함께한진중공업 건너편 신도브래뉴 인도에는 참 많고 다양한 삶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치를 다시 배우는 기분입니다.
김정길
이렇듯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조정인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법대로 하자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한진중공업 사측에 맞설 방법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김진숙씨가 절박한 심정으로 85호 크레인에 올랐고 자본에 맞선 김진숙씨의 저항에 함께 공감한다는 표시로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한진중공업을 찾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 정리해고가 남발된다면 오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당하는 문제가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의 가정에도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약간의 불편함을 참아내는 인내는 나중에 나와 내 가족들에게 똑같은 일이 생겼을 때, 그들이 내 이웃 내 친구 내 동지가 되어 보내주는 큰 응원과 격려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부디 조금의 불편함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희망버스가 소란스러웠고 주민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희망버스 시민들이 이동하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주민 여러분을 불편하게 하고 시끄럽게 한 점은 희망버스 주최측도 인정했습니다. 또한 그 점에 대하여 여러 차례 사과도 했습니다. 저 김정길도 희망버스를 지지하고 그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부산시민 여러분에게 그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소란과 불편을 희망버스 주최측 역시 피하고 싶었다는 점도 말씀드립니다. 희망버스가 원한 것은 85호 크레인 앞으로 가서 김진숙 위원을 만나고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경찰병력이 봉래삼거리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막지 않았다면 참가자들은 조용히 한진중공업 앞으로 이동해서 김진숙 위원을 만났을 것이고 한곳에 모여 집회를 하면서 부산 영도주민들의 불편은 우리가 흔히 보는 집회 정도의 불편으로 끝났을 겁니다. 그러나 경찰은 다음날 오전까지 길을 열어주지 않았고 한 자리에서 10시간 이상 대치하면서 소란과 불편함은 더 커졌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것입니다. 야간집회의 제한도 위헌이라고 판결난 바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막아 소란을 야기하고 불편을 가중한 데에는 경찰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이해가 그들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한진중공업 사옥에 있는 해고자 가족들은 낮에는 모여 함께 공동 부업을 한다고 합니다. 같이 한 푼이라도 벌겠다는 핑계로 모이는 것인데 사실은 집에 혼자 있다가 불시에 퇴거통보라도 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그렇게 모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있다 이런 통보를 받으면 해고 노동자의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울음바다가 됩니다. 우리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왜 그들의 이런 심정 이해 못하겠습니까. 집회로 인한 불편이 큰다 한들 이 상처만 하겠습니까. 부산시민 여러분 조금만 이해해주십시오. 우리들의 이해가 그들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시민 여러분, 저 김정길은 3차 희망버스에도 함께하려고 합니다. 집회라고 해서 달리 보실 이유는 없습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경찰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조한다면 아무런 충돌 없이 부산에서 열리는 여느 행사와 다름없이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지나는 길이 조금 시끄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함께하다보면 쓰레기도 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입니다.
김진숙 위원과의 만남을 보장한다면 희망버스에 참가한 전국에서 몰려든 3만 여명의 참가자들은 '7월30일 부산'을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주인 된 입장에서 부산시민들은 그들을 부산을 찾아온 3만의 관광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지 않아도 3차 희망버스의 내용은 '부산으로의 휴가'입니다.
언젠가 우리 자신의 주장도 타인에겐 불편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살아감에 있어 타인의 주장을 위한 공간과 시간의 배려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역시도 그 이유 때문에 정당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존경하는 부산시민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3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주신다면 7월 30일의 희망버스는 단순한 집회나 시위가 아닌 축제로 기억되게 될 것이고 이날 부산을 찾은 그 사람들은 후일 부산을 다시 찾고 싶은 정겨운, 인정이 넘치는 도시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