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의 서쪽 종점... 끝없는 성곽 너머는 사막

[실크로드 탐방기 ④]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

등록 2011.08.10 11:58수정 2011.08.12 11:51
0
원고료로 응원
"hen re!(너무 더워!)"

덥다.


습한 한국의 여름이 찌는 듯 하다면, 건조한 사막도시의 여름은 타는 듯 하다. 그대로 말라버릴 것만 같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의 기온은 섭씨 23~28도. 그러나 햇살이 워낙 강해서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이다. 눈이 부셔서 창밖을 보기도 힘든 지경이다. 우리나라 버스처럼 차창에 선팅이 잘 돼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 여행하는 자위관(嘉峪關, Jiayuguan)은 만리장성 서쪽 끝에 위치한 관문이다. 이 도시의 이름도 그대로 자위관이다.

1965년 이전 자위관은 그저 사막이었다. 고비사막의 일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풍부한 지하자원 덕분에 개발의 바람을 탔다. 서북지역에서 가장 큰 공장도 이곳에 있다고 한다. 자위관뿐만 아니라 중국 서북지역은 대체로 자원이 풍부해 빠르게 개발되는 중이다.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


 자위관
자위관박솔희
한때 달에서도 보인다고 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만리장성. 동으로는 요동성의 산해관, 서로는 감숙성의 자위관에 이른다.

만리장성은 그 길이가 워낙 길다보니 곳곳마다 성을 만든 재료며 양식이 다양하다. 십년 전 북경에 갔을 때 만난 만리장성은 견고한 벽돌성이었다. 반면 자위관의 장성은 거친 돌과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위관보다도 더 사막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돈황(敦煌, Dunhuang) 지역의 장성은 심지어 진흙과 지푸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자위관의 성루를 따라서 구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성벽 위에 오르면 바람이 세어 까딱 하면 모자가 날아가기 십상이니 잘 붙들어야 한다. 성곽 안쪽에는 몽골 천막을 몇 동 세워놓아서 금방이라도 출정할 진영처럼 모양을 갖춰놨다.

 자위관 성곽 내부에 재현된 진영의 모습
자위관 성곽 내부에 재현된 진영의 모습박솔희

 끝이 보이지 않는 성곽 너머는 온통 사막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성곽 너머는 온통 사막이다.박솔희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것은 뜨거운 볕뿐. 성벽 위에서 내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거친 땅이다. 사막에서는 모래바람이 쉼없이 불어온다. 그 너머로는 만년설을 덮어쓴 산맥의 모습도 신기루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중국의 서북 변방에서 제일 서쪽에 있는 관문이 이 자위관이고, 북쪽과 남쪽으로는 각각 옥문관(玉門關, Yumen Guan)과 양관(陽關, Yang Guan)이 지키고 있다. 함께 여행하던 중국 친구는 이 지역에 얽힌 당시를 두 편 가르쳐주었다. 그 중 한 편이 왕유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다.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 원이를 안서(Anxi)로 보내며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 위성의 아침은 비에 젖어 먼지 없이 맑고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류색신) : 객사 주변은 깨끗하며 버드나무 빛이 짙다
勸君更進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 그대에게 술 한 잔을 더 권하노라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 서쪽으로 양관을 나가면 오랜 벗이 없으리니
(번역 - 박솔희)

왕유(王維, Wang Wei)는 이백, 두보와 함께 중국의 3대 시성으로 불리는 대시인이다. 한국인들도 그 이름 정도는 누구나 들어보았을 터다. 특히 이 시의 마지막 두 행은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구절이라고 한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이 시를 권주가(!)로 쓸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 자위관박솔희


 포청천 놀이
포청천 놀이박솔희

 자위관 성루를 둘러본 후 만리장성의 종점 '장성제일돈'으로 이동했다.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자위관 성루를 둘러본 후 만리장성의 종점 '장성제일돈'으로 이동했다.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박솔희

 초목에조차 물기가 없다. 바싹 마른 사막의 푸석한 풀
초목에조차 물기가 없다. 바싹 마른 사막의 푸석한 풀박솔희

 만리장성의 종점 부근에는 가파른 협곡이 우뚝하다. 전망대에 서면 협곡을 조망할 수 있다. 발밑으로 흐르는 황하가 아찔하다.
만리장성의 종점 부근에는 가파른 협곡이 우뚝하다. 전망대에 서면 협곡을 조망할 수 있다. 발밑으로 흐르는 황하가 아찔하다.박솔희


Tip - 건강한 실크로드 여행을 위한 준비물
양산, 모자 : 서북부 지역은 워낙 햇살이 강해서 현지인들은 양산을 많이 쓰고 다닌다.
마스크 : 사막 지역의 모래바람과 햇볕을 가리기 위한 마스크를 준비하면 좋다. 고비사막은 황사의 발원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정로환 : 외국에 나가면 음식과 물이 맞지 않아 배탈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지사제보다도 정로환이 더 증세에 잘 맞을 수 있다. 중국 약이 다소 독한 편이니 정로환 외에도 출국 전 필요한 의약품은 챙겨 가는 것이 좋다. (단, 정로환에 포함된 크레오소토 성분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7세 이하 영유아, 이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 등-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솔희 기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21일까지 재학 중인 숙명여대와 중국 난주대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중국 서북부의 실크로드를 여행했습니다. 박솔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솔희 기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21일까지 재학 중인 숙명여대와 중국 난주대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중국 서북부의 실크로드를 여행했습니다. 박솔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여행 #실크로드 #만리장성 #자위관 #송원이사안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