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소수민족 아가씨
박솔희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다보니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는데, 그 중 티베트 장족과 중국 정부 간의 마찰이 특히 첨예하다. 티베트인들은 한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치 국가를 수립하고 싶어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티베트를 독립시킬 경우 다른 소수민족들 역시 독립을 요구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티베트 자치구 지역에 지하자원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들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지역을 자치구로 지정하고, 소수민족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 대학 입학시 가산점을 주는 등 여러 가지 회유 정책을 쓰고 있다. 해당 지역에 철도를 놓는 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족 중심의 중국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핍박은 여전하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소수민족 문제로 인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중국에 있었던 7월 18일 티베트의 라싸에서는 티베트 해방 60주년을 기념하는 경축 행사가 정부 차원에서 크게 열렸다. 중국 입장에서는 해방이라고 하지만 티베트 입장에서는 강점이었다. 직접 라싸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중국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중국 정부가 티베트 지역의 개발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는 내용도 매우 강조되었다.
전반적으로 논조가 보수적으로 느껴지던 한 신문은 '평화 해방(Peaceful Liberation)'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화보를 통해 즐겁고 성대한 행사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티베트는 독립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해방 이후 그들의 생활이 더 윤택해졌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친정부 성격의 젊은이들이 달라이 라마의 분리독립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일제로부터 독립한 역사적 경험이 있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티배트인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그렇게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았다.
다음날 장액(張掖, Zhangye)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공연에서 또다른 소수민족인 위구족과 몽골족을 만났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관광 식당에서는 위구족의 전통 방식대로 환영을 받고 그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목에 환영을 의미하는 흰 천 '하다'를 걸어주고 노래를 부르며 독한 술을 권했다. 핍박과 분쟁으로 얼룩진 소수민족의 풍토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대개 휴가철을 맞아 즐거운 얼굴을 한 한족이었다. 어쩐지, 아이러니한 기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