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와 서도를 연결하는 대교 사이로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이돈삼
거문도등대가 도시 색시, 녹산등대는 수줍은 시골 색시에 비유된다. 동백숲이 터널을 이루는 거문도등대로 방향을 잡는다. 유림해변을 지나 보로봉으로 오른다. 동도와 서도 풍경이 아늑하게 들어온다.
보로봉에서 해안까지는 경사가 심한 비탈이다. 그 내리막길에 돌로 쌓은 365계단이 있다. 중간중간 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서도와 거문도등대를 이어주는 갯바위지대가 펼쳐진다. '목넘어'다. 태풍 때 집채만한 파도가 갯바위를 넘어와 붙여진 이름이란다. 주민들은 물이 넘나든다고 '무넹이', '수월목'이라고도 부른다.
거문도등대는 목넘어를 지나 수월산 남쪽에 있다. 나무계단을 밟고 비탈을 오른다. 한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 하늘도 없고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가 우거진 숲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평가를 받고 있는 동백숲길이다.
숲길은 자갈길과 흙길, 잔디밭길로 이어져 색다른 기분을 선사한다. 입안에서 '등대지기', '동백아가씨'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길은 산허리를 가쁘게 돌아가기도 하고 아득한 벼랑 위에 올라서기도 한다. 경쾌한 율동감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성긴 숲 사이로 간간이 드러나는 쪽빛 바다 풍광도 날아갈 듯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