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수해를 입은 수박
홍광석
우리도 금년에 몇 번의 잔잔한 실패가 있었다. 첫 번째 실패는 하우스에 심은 강낭콩이 늦추위를 당하지 못하고 전멸한 것이다. 늦추위를 예상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역시 인간의 예지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결과였다. 아마 불가항력에 의한 실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일부 꽃과 고구마 밭이 피해를 입은 일도 있었다. 설마 했던 멧돼지에 의한 피해였는데 이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인도 있지만 혹시 있을 피해를 예상했으면서도 울타리를 치는 등 대비하지 못한 실수도 있었다.
세 번째는 연작으로 인한 피해를 몰랐다가 당항 실패였다. 잘 자라던 가지와 토마토가 열매를 달면서부터 시들해지기에 병인가 싶어 원예과 교사에게 사연을 이야기 했더니, 고추 가지 감자 토마토는 같은 과에 속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연작을 피했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무식이 죄였던 셈이다.
네 번째는 최근에 당한 수박과 참외 농사의 실패이다. 지난해 하우스안에 수박과 참외를 심었는데 수박은 비록 상품성은 없어도 맛이 좋았고, 참외는 여름이 다 가도록 열려 우리를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 몇 번 실패했던 수박과 참외를 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그래서 금년에는 이른 봄 직접 씨앗의 싹을 틔워 일부는 하우스 안에 심고 일부는 노지에 심었다.
심을 땅에 퇴비를 넉넉히 주고 물빠짐이 좋도록 두둑도 높였다. 풀을 잡기 위해 멀칭도 하고 지난해 보다 간격도 더 두었다. 그리고 숙지원에 갈 때마다 순을 치는 일도 교과서를 따라 열심히 했다. 덕분에 수박과 참외는 예상을 넘어 주렁주렁 열렸다. 토마토와 가지 농사의 실패를 보상받은 것처럼 흐뭇했다. 그러나 막바지 장마가 문제였다. 여러날 이어진 비와 집중호우에 물에 잠겼다 나온 줄기와 잎은 맥을 못추고 잎에 몸을 가렸던 수박과 침외는 벌거숭이 모습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