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운동으로 우리 농업의 길 찾기

돈벌이 농사는 기계전자화학공업만 살찌운다

등록 2011.07.19 10:22수정 2011.07.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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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7일에 환경재단의 1층 소강당 '레이첼 카슨'에서 57명이 참석한 작은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모인 사람의 수도 적었지만 주제도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는지 언론사는 한 곳도 오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 라디오와 잡지사들이 바쁘게 쫒아 다녀야 할 곳들에서 이 모임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농업관련 토론회였다. 농업의 여러 주제 중에서도 '소농'.

 

농촌진흥청에서 내세우는 것도 같은 소농이긴 하다. 그러나 강소농이다. 강소농은 네덜란드나 덴마크, 스위스처럼 잘사는 작은 나라들이 강소국으로 불리는 데서 큰 인상을 받고 지은 이름이지 싶다. 강소농은 강한 것에 중심이 가 있는 '작지만 강한 농업'이다. 그 토론회와는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소농은 농사의 규모만 일컫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개념의 대안 농업을 지향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기계와 석유화학, 고투입과 고산출에 매달리면서 나라의 강토와 농심마저 파괴하는 공업화된 농업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 갔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조 섞인 푸념처럼 우리의 농업은 기계공업의 포로가 된 지 오래다. 축산만 공장식이 아니라 채소와 곡식, 과일도 다 공장식이다.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다.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향해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비닐도 쓰지 않고, 대형 농기계도 안 쓰고, 공장식 밀집축산을 하지 않는 가족형 소농으로 우리의 농업이 전환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보다는 왜 그래야 하는지부터 성찰하는 것이 더 급한 일로 보인다.

 

행사의 주관단체인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이자 텃밭보급소 소장인 안철환 선생은 농기계나 퇴비는 물론 종자나 농자재까지 몽땅 사다 쓰며 대량의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우리농업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삶의 근본을 생각하며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온 들판에 비닐 멀칭과 비닐하우스가 넘쳐나는 것은 우리 토양과 우리 기후에 맞지 않는 농사를 철을 거슬러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것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가족 단위와 마을 단위. 나아가 지역 단위의 자급이 아니라, 오로지 팔아먹기 위한 돈벌이농사는 결국 농민과 농업을 시장논리에 포박시킨다. 우리나라 농지의 심각한 질소과다 현상도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생산은 농기업이 맡고, 유통과 종자는 초국적 기업이 장악하면서 농촌에는 불임종자가 판을 친다. 채종한 종자를 심으면 괴상망측한 게 자라난다. 가임종자로 전환하는 자가육종과 토종종자의 보존이 시급하다.

 

토론자로 참석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장경호 부소장은 가족형 소농의 생산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근거리 먹을거리(로컬푸드) 운동, 제철꾸러미농산물(시에스에이. CSA) 운동, 학교무상급식, 생협운동 등과 긴밀하게 결합되는 체제를 제시했다. 전통농업과 생태농업이 과거로의 복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체제 전체가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만약에 말이다. 농업분야의 진취적인 연구자들이 지원되는 연구프로젝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이런 연구를 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돈벌이 목적의 화학기계석유전자 농축산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지구적 차원의 농지파괴와 환경오염, 그리고 오염된 환경과 식품으로 인한 건강악화와 질병, 인성의 파괴 등을 다 기회비용으로 산입하여 조사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과연 수지가 맞는 농사일까?

 

그렇게 해서 번 돈은 또 어떻게 쓰이는가. 대개 농자재 구입비로 많이 들어 갈 것이고 그 다음은 제도화된 건강, 교육, 의료, 통신, 교통 시장에서 돈을 다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기계공업화된 농사는 농사짓는 동안에도 그렇지만 번 돈을 쓰는 과정에서도 화학기계석유전자 업자들 배만 불린다. 농민은 그들의 머슴이 되어 있고 역대 정부는 이를 방조 내지는 조장했다. 환경파괴와 인성파괴도 촉발된다.

 

지난 구제역 사태로 발생된 직접 피해액만도 3조 원에 이르고 간접비용까지 하면 갑절이 된다고 하니 온전한 생태축산과 과연 어느 게 더 채산이 맞는 것인지 심각하게 연구가 되었으면 한다.

 

'소농' 전략을 얘기하면 당장 제기되는 반론이 그래가지고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자기 혼자 먹고 말 것이 아닌 담에야 어떻게 나라의 식량자급을 이룰 것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지표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농업이 본격적으로 기계공업화된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식량 자급률은 1/3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농지는 줄었으며 농가 빚은 늘었다. 농촌은 아예 텅 비었고 도시 문제는 악화되었다.

 

많은 고심거리와 과제를 안겨준 이런 토론회가 나라 차원에서 농업정책뿐 아니라 인구, 환경, 교육, 밥상, 도시, 건강, 행복지수 차원에서 관심과 연구가 커 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7.19 10:22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소농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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