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마감일을 200일 앞둔 지난 4월 24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 일출봉 잔디광장에서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선정기원 관광문화축제'에서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이 해녀로부터 건네받은 문어를 들어보이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뉴세븐원더스 설립자 버나드 웨버,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이를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유성호
정운찬 전 총리의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은 얼마나 나올까?
그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최근까지 1000번 이상 전화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사업 초기 전화투표 1회에 약 1400원 정도가 들었지만 KT가 나서 요금을 180원으로 낮췄고, 영어로만 나오던 ARS서비스도 한국어로 바뀌었다.
이런 전화투표에 1000번 이상 참여한 정 전 총리는 최소한 전화요금 18만 원을 이 사업에 투자한 셈이다. 그뿐 아니라 추진위 사업과 관련한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동반성장위원장으로 나서는 각종 강연에도 매번 10분 정도 할애해 투표를 독려한다. 위원장 자리에 이름만 걸어 놓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돼도 경제 효과가 불확실하고, 이 행사를 추진하는 '뉴세븐원더스(N7W)' 재단의 공신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이 사업이 막힘없이 추진되는 데에는 이런 정 전 총리의 '열의'가 있다.
정 전 총리는 14일 오후 서울 강남 추진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해도, 그 효과가 엄청나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너무 실용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와 우리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그동안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사업에 제기된 여러 문제에 적극 해명했다.
"N7W 관계자들은 진실 된 사람...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세계 7번째 나라다. 거시경제지표로 봐서는 경제적으로 대국이 된 반면, 문화나 환경적으로는 아직 이렇다 할 게 없다." 정 전 총리는 추진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세계7대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된다면 우리가 그런 부분까지 인정받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을 엄밀히 검증했고 의심할 것은 없다"며 "행사 주관 기관이 엉터리라 국제적 망신을 당할 거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투표 한 번 해주고, 영부인이 추진위 명예위원장을 맡았다고 '국가가 나선다'고 하는 건 약간 '오버'하는 것"이라며 "제주도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호주와 캐나다도 수상이 나서서 캠페인을 하는데, 왜 우리 정부는 가만히 있느냐'고 비판해 그 정도로 나서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세계7대자연경관 사업은 그 공신력과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이런 국제적인 사업을 공정하게 할 만한 공익적 단체인지 의문이 집중됐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비영리재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영리법인을 따로 두고 사실상 수익구조를 마련해 놓았다.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이뤄지는 모든 광고와 홍보사업은 재단과 스폰서십을 맺어야만 가능하고, 전화투표로 발생하는 수익도 재단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