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오줌도 못 가리니 깨달음도 머네

[서평] 백창우 지음 <명쾌한 깨달음>

등록 2011.07.15 19:59수정 2011.07.1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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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같은 말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찰떡같은 말도 개떡같이 알아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저, 운주사 펴냄)을 읽은 필자의 경우가 찰떡같은 내용을 개떡같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아리송하기만 한 가르침들, 짜증나는 말들, 이랬다저랬다 혼란스러운 말들, 어려운 용어들, 오히려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비위생적인 이야기들, 과연 무얼 가르쳐 주고 싶은지가 헷갈리는 경전들, 기껏 마음먹고 책을 펼쳤다가 이내 접도록 하는 불쾌한 책들…… 나는 거듭 다짐하였다. 내가 만약 깨닫게 되면 결코 저따위 책을 쓰지는 않으리라! 쉽고 명쾌하게 일러주어서 확철하게 깨닫게 하리라.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지음|운주사|2011.6.17|값: 15,000원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지음|운주사|2011.6.17|값: 15,000원임윤수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지음|운주사|2011.6.17|값: 15,000원 ⓒ 임윤수

<명쾌한 깨달음>의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아리송하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깨달음'이라는 것을 번갯불이나 섬광에 걷히는 어둠처럼 순간적이나마 또렷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명쾌한 깨달음>은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깨달음은 무엇인가?'는 '행복한 사람들!'을 포함해 총 44개의 명제에 대한 설명(글)입니다.

 

'2부 어떻게 깨달아야 하는가?'에서는 '연기법을 어떻게 사유하는가?'를 포함해 총 56개의 명제에 대한 글이며, '3부 깨닫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는 '무의식의 정서적 측면!' 등 총 40개의 명제와 그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른 깨달음이란?

 

바른 깨달음이란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모든 것들이 환幻과 같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연생기因緣生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연생기는 현상적인 측면에서는 상호의존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무상인 진여실상이 현상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상화로 드러난 존재들이 실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선 환이지만, 무상인 진여眞如가 현상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 실체시하지 않고 진여로 보기에 현상화한 존재 또한 실재가 된다.

 

색즉시공 色卽是空은 연기법 측면에서는, 색 자체가 연기된 색이기에 실체가 아니다(공)! 색즉시공은 심법心法적 측면에서는, 색 자체가 무상無相인 진여의 현현顯現이기에 실체가 아닌 마음(공)이다!

 

무아無我는 현상적인 측면에서 일러주는 것이며, 진아眞我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일러주는 것이지만, 깨닫고 보면 무아가 진아이다!!^^ -24-

 

똥오줌도 못 가리는 필자에겐 먼 '깨달음'

 

저자는 머리말에서 쉽고 명쾌하게 일러주어서 확철하게 깨닫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혼란스럽고 아리송할 뿐입니다.

 

'인간의 어리석은 속성 가운데 하나가, 쉬운 것은 우습게 여기고 어려운 것은 떠받드는 경향이다'라고 말한 저자의 말처럼 쉬운 것은 우습게 여기고 어려운 것은 떠받들고 있는 게 아닌가를 돌아보며 '바른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새겨보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연기법은 그야말로 심!심!묘!묘!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별다른 준비나 대단한 각오 없이 깨달으려하는 것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 공부는 세상살이를 통해서,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하는 공부다. 즉 철이 난 사람이 하는 공부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자들이 무슨 깨달음 공부란 말인가??? -243-

 

저자는 '깨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오직 깨닫기 위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정진하시는 도반님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하고 있습니다.

 

깨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오직 깨닫기 위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정진하고 계시는 분을 위해 쓴 글이니 똥오줌도 제대로 못 가릴지도 모르는 필자가 찰떡같은 내용을 개떡같이 받아들이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100명의 붓다 서원, 불국정토가 머지 않을 듯

 

머리말로 다시 돌아가 보니 저자는 100명의 붓다를 서원하였고, 그 서원은 이루어져 가고 있고, 그들 또한 100불을 만들어 갈 것이다'하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깨달은 그날, 100명의 붓다를 서원하였다. 나의 역량이면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서원은 이루어져가고 있다. 그들 또한 100불佛을 만들어갈 것이다. 붓다가 많아질수록 세상은 지혜와 자비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머리말-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며 대단한 자부심입니다. 서원하였던 100명이 붓다 되고, 붓다가 된 100불이 다시금 100불을 만들어 나가고…, 저자의 서원과 확신대로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붓다들이 사는 세상, 불국정토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깨달았다'거나 '붓다를 만들어 간다'는 것에 의혹내지는 거부감을 가질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란 것을 예견한 듯 저자는 이에 대한 예봉도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깨달았다'는 말을 하면, 매우 불손한, 그러니까 증상만인增上慢人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고안해낸 말이 '그저 깨어 있다'라고 하게 된다. -244-

 

저자는 쉽고 명쾌하게 일러주어서 확철하게 깨닫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혼란스럽고 아리송할 뿐입니다.

 

달랑 책 한 권을 읽고 깨닫는다면 깨닫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깨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오직 깨닫기 위해서 만사를 제쳐놓고 정진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면 자칫 똥오줌도 못 가리는 자신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깨달음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깨달음은 더도 덜도 아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걸림 없는 자리이타自利利他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정리한 저자의 글에서 깨달음 역시 실천적 삶임을 알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지음|운주사|2011.6.17|값: 15,000원

2011.07.15 19:59ⓒ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명쾌한 깨달음>|백창우 지음|운주사|2011.6.17|값: 15,000원

명쾌한 깨달음 - 이대로 그대로

백창우 지음,
운주사, 2011


#깨달음 #명쾌한 깨달음 #백창우 #운주사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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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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