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의 'MB 퇴진' 주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인터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세상은 변하고 있다"

등록 2011.07.15 13:50수정 2011.07.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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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발족 7주년 기념식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오른쪽)이 함께 참석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발족 7주년 기념식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오른쪽)이 함께 참석했다.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발족 7주년 기념식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오른쪽)이 함께 참석했다. ⓒ 연합뉴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요즘 '두 개의 날개'로 난다. 하나는 '동반성장위원회'고, 다른 하나는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다.

 

14일 오후 4시 범국민추진위 사무실에서 만난 정 전 총리는 이를 두고 "중요한 두 가지 문제"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엔 '두 개의 날개'의 무게감은 같지 않았다. '동반성장'을 더 중요한 화두로 붙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도 "동반성장은 정말 한국이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와 범국민추진위가 발족하기 전에는 신문사에서 와도 안 만나고 강의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두 위원회가) 발족한 이후에는 (인터뷰나 강의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전 총리는 "일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며 "여기(동반성장위와 범국민추진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무게중심은 '동반성장'쪽에 있었다. 그가 "제주는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되지 않아도 죽지 않잖아"라고 말한 것도 그런 판단에 확신을 주었다.

 

기자가 이날 <경향신문>에 보도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현 지식경제부 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의 발언 얘기를 꺼내자 정 전 총리는 "굉장히 좋은 것(발언)"이라고 강한 공감을 나타냈다.

 

황창규 단장은 전날(13일) 열린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단 출범 및 협약식'에서 핀란드 노키아를 "나라경제가 소수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가 대기업에 의존할 경우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단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단언컨대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20년간 삼성에서 몸담았던 CEO출신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이러한 황 단장의 발언을 두고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을 주장하는) 나와 통하는 이야기"라며 "적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겼다. 정 전 총리는 "솔직히 잘 알려진 삼성의 CEO였던 황 단장이 지경부 R&D 단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삼성사람에게 R&D 돈을 맡기다니 큰 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경향>에서 황 단장의 말을 오버해서 보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는 위험하다'는 것을 황 단장 같은 사람이 이해하게 됐다는 것은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 아침에 라디오에서 그의 발언을 들었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황 단장의 발언을 듣고서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면 좋은 사회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크게 웃었다.

 

"세종시건은 내게 '훈장'이지 '전과' 아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자료사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자료사진)유성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자료사진) ⓒ 유성호

정 전 총리는 최근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한진중 사태를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김 전 의장에게 보낸 답신에서 "한진중 사태는 한진중 최고 경영자가 해결해야 한다"고 '조남호 회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총리는 "김 전 의장이 (한진중 사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것 같아 '동반성장을 위해 같이 노력합시다'고 편지를 보낸 것"이라며 "엊그제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 전 의장은 "그동안 내가 워낙 대기업적 사고를 해왔지만 한진중 주인(조남호 회장)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며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줬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한진중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거기에 대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음에 얘기하자"고 직답을 피해갔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오늘 공학한림원에서 한 강연에서 '지난 주말 부산에 내려간 희망버스에서 이명박 대통령 물러가라는 얘기가 나온 것 아느냐?'고 물어보면서 '이것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실패'와 관련해 "개인·정파·정당의 이익을 위해 수정안을 반대한 것이어서 참으로 개탄스러웠다"며 "앞으로 걱정되는 게 많다"고 우려했다. 정 전 총리는 "한나라당이 분열했기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이 실패했다"며 "나는 세종시건을 훈장으로 생각하지 전과라고 보지 않는다"고 '세종시 수정안'을 향한 소신을 과시했다.


정 전 총리는 "잘 나가는 나라들은 모두 5km 안에 사법부·행정부·입법부가 다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행정부가 100km 떨어져 있으면 국가경영이 아주 어렵다"며 "이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09년 10월께 이명박 대통령에게 '오늘부터 부자들만을 위한 입학사정관 얘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했다"며 "그때부터 이 대통령이 입학사정관 얘기를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당시 이 대통령에게 '입학사정관제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다, 저나 이 대통령 같은 가난한 가정을 배경으로 가진 사람은 입학사정관제로는 대학에 못 들어간다, 다 스펙 가지고 하는 건데 무슨 수로 불우한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을 골라낼 수 있겠나?'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2011.07.15 13:50ⓒ 2011 OhmyNews
#정운찬 #한진중 #세종시 수정안 #동반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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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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