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내민 검찰권 강화 카드, 어처구니 없다

형법·형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

등록 2011.07.14 13:45수정 2011.07.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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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3일) 이른바 플리바게닝(유죄협상)과 참고인 강제구인 제도를 도입하고 사법방해죄, 허위진술죄를 신설하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제 및 형벌감면제'는 미국의 플리바게닝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죄 인정을 전제로 처벌을 면제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현행법상 참고인은 수사기관에 출석할 의무가 없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중요 범죄의 참고인이 2회 이상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법원의 영장에 의해 강제로 구인될 수 있다. 현행법상 법정에 출석한 증인은 선서한 경우에 한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 위증죄로 처벌되나, 개정안은 선서하지 않은 증인의 허위진술도 처벌하도록 했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진술도 처벌할 수 있게 하였다. 하나같이 수사 편의와 효율성을 높이고 검찰권한을 강화할 뿐 형사소송법의 제1 이념인 형사절차에서 적법절차에 의한 인권보장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플리바게닝은 미국 배심재판의 비효율성과 비신속성을 보완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로 인해 무고한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는 폐해를 낳지 않으려면 피의자·피고인이 검찰과 동등한 협상력을 가지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각종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달리 검찰의 권한이 피고인보다 훨씬 강해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자신을 방어하기 힘들고 변호인의 조력권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용산 참사 사건에서 보듯이 검찰이 법원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검찰은 수사권이 없고 기소권만 가지는데 반해 우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참고인은 범죄 혐의가 없는 무고한 사람이다. 무고한 사람에 대해서 수사편의를 위해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참고인에 대한 강제 구인은 대배심이나 형사소송절차 등 사법절차에서만 인정되는 것이지 수사절차에서 인정되는 제도가 아니다. 개정안에 따라 신설하려는 사법방해죄나 허위진술죄의 경우에도 현행 형법상 위증죄, 증거인멸죄, 무고죄, 범인은닉죄 등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어 도입의 필요성이 별로 없다. 미국에 비해 그 처벌범위도 지나치게 넓다.

다른 나라와 달리 수사권, 공소제기 및 유지권과 형 집행권까지 독점하는 검찰의 권한을 보다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까지 검찰권한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수사를 못한 것이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수사와 기소는 지나치게 열심히 하고 해야 할 수사와 기소는 하지 않으며 내부 비리에 대해서는 눈 감는 검찰의 행태를 우리는 너무 자주 보아왔다.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지금 시급한 것은 비대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민주적 통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최소한의 조치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집단반발과 청와대의 반대로 국회의 합의가 무산된 사태는 우리 검찰이 얼마나 힘이 센지, 반면 국회의 위상은 얼마나 초라한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검찰개혁을 무산시킨 검찰이 내민 검찰권 강화 카드,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보이지 않는가.
#형법 #형사소송법 #플리바게닝 #참고인강제구인 #사법방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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