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8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경찰 병력들이 공장 주위를 지나고 있다. 경찰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7천여명의 경찰을 한진중공업 주위에 배치했다.
권우성
경찰 차량이 빠져나가는 광경을 지켜보던 양아무개(64)씨 역시 한진중이 부산을 떠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양씨는 "내가 팽생을 영도에서 살았는데 한진중이 수백 억을 벌었어요, 그래놓고 공장 옮기뿌면 여(여기) 사람들 다 죽어요"라면서 "저 사람들(희망버스 참가자) 저래 와가 싸우는 거 가꼬 뭐라 하는 사람들은 뭘 모르거나 '있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대신해서 싸워주는 거니까 오히려 고맙지예"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끊임없이 나가는 경찰차량을 보면서 "세금이 썩었는가베, 와 저래 많이 왔노, 갱찰이, 와 저래 과잉대응을 하노"라며 혀를 찼다.
양씨는 '전날 밤 연행당한 학생이 잃어버리고 간 가방을 주웠다'면서 기자에게 전해줬다. 그러고는 "갱찰한테 넘기면 안 됩니다"라고 몇 번이고 확답을 받았다. 가방 안에는 몇 만 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이 들어있었다. 추후 확인결과 가방의 주인은 서울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으로 밝혀졌다.
희망버스에 경찰버스까지 더해져, 한진중을 떠나 부산 집으로 가는 택시는 정체를 거듭했다. '3차 희망버스가 온다'고 하자, 택시 기사 아저씨는 "한 번 더 와? 또 있어요?"라면서 "개인들이 공권력한테 이길 수 있는교, 저거는 이길 수 없다고 봐야제"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전국에서 저(저기) 온 사람들이 만 명이 넘는다 카던데, 전부 다 노조인교?"라는 아저씨의 질문에 내가 "대부분이 가족, 연인, 친구들"이라고 답하자, 아저씨는 조금 놀라는 듯했다.
'2차 희망버스 승객'들이 끝내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던 10일 오후, 김 지도위원은 정리집회를 통해 "우리가 만든 일은 기적이다, 어제 오늘은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 고향 부산, 영도에서는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얀 다리 아래로 할머니 마음처럼 넓어 보이는 파란 부산 바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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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썩었는가베...경찰, 와 저래 많노" 외부세력? 영도 주민은 '희망버스'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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