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위가 일주문이라니, 옛 가섭암이 그려지다

가섭암 일주문을 만나다

등록 2011.07.11 10:55수정 2011.07.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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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 단일 바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문바위. 거창군 상천면 위천리 금원산 지재미골 입구에 있다
문바위단일 바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문바위. 거창군 상천면 위천리 금원산 지재미골 입구에 있다 하주성

경남 거창군 상천면 위천리에 소재한 가섭암지. 지금은 보물 제530호 가섭암지 마애삼존입상만 남아있는 이 곳 금원산 지재미골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바위를 볼 수 있다. 단일 바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이 바위는 '문바위(門岩)'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예전에는 이 바위가 가섭암의 일주문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문바위의 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으며, 지금은 바위 앞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이 바위는 가섭암, 금달암, 두문암, 기도암, 지우암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신비한 이름은 '용의 여의주'라는 명칭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가섬암지를 비롯한 많은 절터가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옛날부터 이 문바위를 사람들이 신성시했음을 알 수 있다.


문바위 이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거대한 돌고래처럼도 보인다
문바위이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거대한 돌고래처럼도 보인다하주성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기려

바위의 앞면에는 불사이군의 충절을 지킨, 고려 말의 사람 이원달의 순절동이란 글자를 네모나게 바위를 판 후 음각을 해놓았다. 이원달은 합천사람으로 호는 달암(達岩)이며 병조참판을 지낸 분이다. 아마도 이 달암 선생을 기리기 위해 새겨 놓은 듯한데, 언제 누구에 의해서 새겨진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이 문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이 각기 다르다. 커다란 돌고래 같기도 한 이 문바위는 길가에서 보면 그 면이 부드럽게 보이지만, 뒷면으로 돌아가면 칼로 자른 듯하다. 이렇게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바위의 형태가 예사롭지가 않다. 아마도 예전 이곳을 지나 가섭암으로 오르던 사람들은, 이 문바위부터 머리를 숙였을 듯하다.

뒷면 뒤에서보면 앞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뒷면뒤에서보면 앞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하주성

뒤편 앞부분은 부드러운 바위면을 하고 있으나. 뒤쪽은 칼로 자른 듯하다
뒤편앞부분은 부드러운 바위면을 하고 있으나. 뒤쪽은 칼로 자른 듯하다하주성

쐐기돌이 받치고 있는 거대한 바위

문바위 밑으로 들어가 본다. 지금은 돌로 받침 담을 쌓아 놓았다. 그러나 그 담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몇 개의 쐐기돌이 이 거대한 바위를 받치고 있다. 그 쐐기바위들은 그리 크지가 않다. 그런데도 그 오랜 시간을 이 바위를 받치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로 놀랍기만 하다.


바위의 끝으로는 쐐기 돌 옆으로 사람이 지나갈 만한 공간이 보인다. 아마도 이 공간이 일주문의 통로가 아니었을까? 지금도 누가 다닌 길의 흔적이 있다. 이곳을 지나 가섭암으로 들어선 후, 마애불까지 통했을 것이다. 주변 경치를 돌아보면서 옛 가섭암을 그려본다. 그리 크지 않은 가섭암의 모습이 떠오른다. 문바위와 하나가되어 자리를 했을 가섭암. 그리고 그 뒤편 바위 안에 새겨진 마애삼존입상.

바위 위 바위에는 누군가 돌탑을 쌓았다. 어떻게 오른 것일까?
바위 위바위에는 누군가 돌탑을 쌓았다. 어떻게 오른 것일까?하주성

각자 문바위 앞면에 샤겨진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란 각자
각자문바위 앞면에 샤겨진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란 각자하주성

가섭암은 사라지고 없지만 마애불과 문바위가 자리하고 있어, 가섭암이 그 가운데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자연의 바위하나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누군가 그 위에 올라가 작은 돌탑을 쌓아놓았다. 어떻게 저 위로 올랐을까? 문바위의 궁금증은 점점 쌓여만 가는데, 빗줄기가 차츰 굵어진다. 다음에 이곳에 들릴 때는 더 많은 것을 알아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문바위를 뒤로한다.


쐐기돌 문바위를 받치고 있는 쐐기돌
쐐기돌문바위를 받치고 있는 쐐기돌하주성

통로 문바위 끝으로는 마애불이 있는 바위 쪽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이곳이 가섭암의 일주문이었다고.
통로문바위 끝으로는 마애불이 있는 바위 쪽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이곳이 가섭암의 일주문이었다고. 하주성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바위 #금원산 #지재미골 입구 #가섭암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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