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피로도 크다...민주당 6석 허황되지 않다"

[부산 민심르포-인터뷰]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

등록 2011.07.12 16:21수정 2011.07.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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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무성(남을, 4선)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내 지역구도 위험하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선거에 본격도입해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승리에 기여했던 김현철 여의도연구소장은 "다음 대선은 수도권에서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부산경남이 불안하다"고 한다. 엄살이 아닐까.

민주당은 부산 18석 중 1/3인 6석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격자의 '말대포'가 아닐까. 누가 뭐라해도 한나라당의 절대 아성으로, '이번에는 된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거듭된 도전을 거부해온 PK가 아니던가.

실제 상황은 어떤 것일까. 현지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래서 찾은 부산경남지역의 대표적 신문사인 <부산일보>의 송대성 정치부장은 '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민주당의 주장이 허황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엄살도 민주당의 '말대포'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부산 수정동 부산일보사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는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
부산 수정동 부산일보사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는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안홍기

송 부장이 <부산일보>에 들어온 1990년은 '3당 합당'이 있던 해였다. 그는 부산에 대한 한나라당의 독점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이후의 부산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봐왔다.

지난 8일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내려다보이는 <부산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나온 '김정길 44.57%'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에 대해 "허남식 시장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싫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천에게 추월당하는 상황까지 우려하게 된 경제난이 기본배경이고,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악화된 지역홀대, 동남권 신공항 무산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특히 "신공항 무산이 주는 의미가 크다"면서 "서울에서는 인천에 하나 있으면 되지 지방에 그런 큰 공항이 왜 필요하냐면서 양양, 울진, 무안 이런 공항들하고 비교했는데, 부산 사람들의 상실감이 매우 깊고 자존심도 크게 상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위기감도 깊은 수준이다. 어떤 의원은 서울보다 부산에 있을 때가 더 많고, 어떤 의원은 부산에 내려오면 하루에 10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송 부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선거를 10개월 이상 앞두고 이렇게 지역구 챙기고 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건 전에 없던 일"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의원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변수지만 깊은 피로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의문"

2012년 총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휩쓸고 다니면 싹 정리되는 게 아닐까. 그는 이에 대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존 인물들에 대한 식상함과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피로도를 불식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표가 부산경남에는 직접적으로 한 일이 없고, 지난 4·27재보선 때 나타난 것처럼 군부독재와 맞선 경험이 있는 지금의 40, 50대가 보수화되기보다는 투표를 통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인적 풀이 약한데다, 조경태 의원, 최인호 시당위원장, 김정길 전 장관, 김영춘 전 의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다음은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과 나눈 문답 전문.

- 한나라당 내에서 "부산이 위험하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엄살이라고 하기 어렵다. 지금 부산은 한나라당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크다. 2010년 부산시장선거에서 김정길 전 장관이 44.57%를 얻은 것은 기존 상황에서 보면 어머어마한 사건이다. 허남식 시장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싫은 것 같다. 한나라당은 부산에 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맹주가 없다. 좌장역할 한다는 김무성 의원도 구심점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민주당은 2012년 총선 때 부산 18석 중에 5, 6석 정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허황됐다고 보지 않는다. 전제는 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낙하산이나 자격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참신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후보들이 보강돼야 한다. 민주당은 부산 동서남북에 핵심적인 후보들을 배치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부산에서 2등 낙선을 해도 득표율 높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석패율제도 민주당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제도 자체에 공감하고 있지 않나."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안홍기
-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와 저축은행사태 중에 어느 쪽이 더 부산민심에 파장이 컸나.
"신공항 문제라고 본다. 신공항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온 일이었는데, 대통령까지 나와서 사과하지 않았나. 저축은행 사건은 이해당사자가 제한적이었던데 비해 신공항은 전국적인 사안이었고, 이게 부산에 주는 의미가 크다.

중앙언론을 비롯해 서울에서는 인천에 있으면 되지 지방에 그런 큰 공항이 왜 필요하냐면서 양양, 울진, 무안 이런 공항들하고 비교했다. 부산 사람들의 상실감이 매우 깊고 자존심도 크게 상했다. 특히 오피니언 리더층이 더 그렇다. 통틀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이전에는 정치권 불신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는데 이제는 40, 50대가 투표를 통해 불만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4·27재보선의 투표율이 예상치를 훨씬 웃돈 것은 이런 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 야당들은 연대를 최우선하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초청으로 영남쪽 언론인들이 경주에 모였었는데, 야권연대가 민주당  중심으로 돼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야권 단일화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보신당의 김석준 교수는 부산시장 선거 두세 번 치른 사람인데 꽤 지지자들이 많다. 부산 유권자들은 인물을 찾고 있다. 부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인물이 많지 않다."

- 그 부분은 민주당이 더 심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인적 풀이 약하다. 문재인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별다른 활동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가 민심 저변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들이 많다. 군 문제 등 별다른 잡음이 없고,  부산에서 계속 활동을 해왔다. 부산에서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 경쟁 없다보니, 지역민 생각하는 마인드 부족"

- 부산 경제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게 있다면.
"우리 신문사가 어렵다는 걸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오늘도 큰 광고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관련 건 정도였다. 지역의 한 방송사는 3개월씩 안식휴가를 돌렸다. 부산에 광고를 할만한 기업이 없다.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라고 하는데 그에 걸맞은 기업이 없다. 지역은 뭐라고 해도 건설경기가 살아야 하는데 최근에 조금 좋아졌는데 턱도 없다. 인력유출도 너무 심하다. 고용율, 실업률, 공장가동률이 전국 최하 수준이다. 인천은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인천에게 추월당한다는 걱정들이 굉장히 많다."

- 같은 영남인데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위기'니 이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경제상황도 더 안 좋은데. 
"입장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가 뭘 해줬는가에 대해 대구경북과는 다르다. 대구경북도 어렵다는 것은 맞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오랜 왕도라는 점과 오랜 집권지역이라는 점에서 자존심이 굉장히 세고, 또 굉장히 폐쇄적이다. 그쪽 지역기업은 여기와서 자리잡지만 부산경남 비롯해 다른 지역 기업이 대구 가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반면 부산은 기본적으로 항구다. 외지인도 많고 변화에 민감하다."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상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상안홍기
-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총선 때 전면에 나설 텐데 그러면 싹 정리되는 것 아닌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기존 인물들에 대한 식상함과 한나라당에 대한 피로도가 매우 깊다. 기존 인물들에 대한 식상함과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피로도를 불식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가 전면에 나선다 해도 그 영향력이 100% 투사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충청권에는 한 일이 있지만 부산경남 쪽에 대해서는 한 게 없다.

또 보통은 40, 50대가 되면 보수화되는데 20대 때 군부독재와 맞선 경험이 있는 지금의 40, 50대는 그렇지 않다. 이들 40, 50대가 투표 현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지난 4·27재보선의 중요한 의미다.

지금은 민주당 정권도 아니다. 이전에는 '전라도 정권'에  대한 지역감정이 크게 작용했지만 지금은 이명박 정권이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몰표, 텃밭 이런 식으로 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깃발은 꽂으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나라당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1990년 '3당합당'이후 한나라당 지배구조가 되면서 내부 경쟁이 없다보니 지역민을 생각하는 마인드 자체가 부족했다. 그런데 사실상 올해초부터 선거전이 시작된 양상이다. 상향식공천제가 대세가 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구 활동이 매우 많아졌다. 모 의원은 부산에 오면 하루에 10개 일정을 소화한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선거를 10개월 이상 앞두고 이렇게 지역구 챙기고 스킨십을 강화하는 건 전에 없던 일이다. 그래서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의원이라고 불린다. 물론 이런 것들이 순간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것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민주당, 인물 부족하고 분열돼 있는 것 같다"

- 민주당의 준비정도는 어떻다고 보나.
"지난 20년이 결과이긴 한데 인물이 절대 부족하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분열돼 있는 것 같다. 시당위원장 선거를 놓고 조경태 의원과 최인호 시당위원장 간의 갈등이 심했고, 김정길 전 장관, 김영춘 전 의원도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 김영춘 전 의원이 서울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으로 왔는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민주당의 바람 박근혜의 바람, 문재인의 역할, 부산의 소외감 등등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도 반드시 된다고 보기 어렵다. 수십 년 한나라당 텃밭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 18대 때는 이 지역에서 친이, 친박 간 공천갈등이 심각했는데.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 하는데, 부산에서 친박을 다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자기 손발도 그대로 다 가져가면서 친이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부산민심 #부산일보 #박근혜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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