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초량동 부산상호저축은행.
안홍기
박인호 부산경제 살리기 시민연대 상임의장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저축은행 사태를 부산민심 변화의 결정적 계기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박 의장은 '부산의 정치적·경제적 위상의 후퇴'를 반 한나라당 정서의 근원으로 진단했다.
박 의장은 "해양수산부가 폐지(국토해양부로 통합)된 이후로 해양도시로서 부산의 정책적 순위가 뒤로 밀려서 해양·항만 산업이 후퇴하고 있다"며 "동북아 물류 거점도시인 부산에 대한 투자도 없고, 경제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어서 부산 사람들은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불만이 매우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부산 경제의 특징은 '경제가 늙어간다'는 것.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부산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0%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고, 중장년층(30~59세) 실업률은 전국평균보다 약간 낮은 2.6%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청년층 일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산 경제 침체의 단면이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11월 1일 기준 부산 인구는 341만 4950명이다. 2005년의 352만 3582명보다 3.1% 가량 감소한 수치이고, 지난 1995년 381만 4325명 이후로 나타나고 있는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수치들은 부산시민들의 '경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40대 개인택시 기사 설아무개씨는 "괜찮은 산업체는 전부 다 양산, 김해로 빠져 나가고 부산은 이제 소비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으니까 다 서울로 가고…. 아무래도 민심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체감 민심'을 전했다.
그는 "여야를 좀 골고루 찍어줘야 정치인들이 부산을 살리려고 서로 경쟁도 할 텐데, 지금은 한나라당 꼬챙이만 꽂아도 당선이 되니까 경쟁이란 걸 하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두고 봐라, 선거 되면 다 한나라당 찍는다" '그럼 다음 총선에서 야당이 대거 당선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설씨는 "부산 사람들, 말은 '한나라당 안 찍어준다' 해도 막상 선거전 시작되면 한나라당 다 찍어준다. 두고 보라"고 답했다. 20년이 넘은 지역주의를 깨기 힘들다는 것. 박인호 의장도 "보수 성향 표들이 야당으로 가기 보다는 무소속으로 향하기 쉽다"고 진단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도 문제지만, 야당이 한나라당에서 이반된 민심을 흡수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경대학교 안에서 만난 공대생 최아무개씨는 "부모님이 무조건 한나라당만 찍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어떤 야당을 찍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찍어주고 싶은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인호 의장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민주당 표가 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보수성향 표들이 민주당으로 가기보다는 무소속 후보로 향하기 쉽다"는 것이다.
손동호 사무처장도 "민주당이나 야당이 (경제 회복이라는) 부산 시민들의 바람을 이뤄줄 능력이 있는가. 지난해 지방선거만 봐도 (야당 후보의) 상품력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손 사무처장은 "부산시민들이 요구하는 바는 간명하다. 각 당들이 시민들이 요구하는 후보를 내놓고, 감동적으로 야권연대를 이뤄내면 찍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들은 바닥 민심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종합하면, '부산의 반 한나라당 정서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야당에서 좋은 인물을 공천하면 한나라당 독점구조를 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은 이런 전망마저 불확실하게 만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선 때 3당 합당에 반대해 YS와 결별한 이후, 부산에서 국회의원과 시장직에 3번 도전해 3번 다 패배했다. 당시 '5공 청문회 스타'로 단숨에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한, 훗날에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한 노무현만큼 좋은 '인물'이 있었던가?
"지역주의의 벽을 깨자"던 노무현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해온 부산시민들이 이제 망자가 된 그에게 때늦은 화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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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나라당 꼬챙이만 꽂아도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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