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 겉그림
역사의아침
김종성의 전작 <최숙빈>(부키)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궁녀는 천민이었다는 설명이 결코 놀랍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읽지 않은 이들이라면 정말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뜰지도 모를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역사를 전공한 나도 궁녀는 양인인 줄 알고 있었다가 <최숙빈>을 읽고 나서야 궁녀가 주로 천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국민 드라마가 된 <대장금>에서 한상궁(양미경 분)이 천민 출신이기에 그가 수라간 최고 상궁이 되는 것을 다른 양인 출신 궁녀들이 인정하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 최숙빈이 양인인 궁녀가 아니고 천민 출신인 무수리였기에, 영조가 혈통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최숙빈은 무수리가 아닌 궁녀였다.
<왕의 여자>는 <최숙빈>에서 장희빈과 최숙빈을 설명하기 위해 잠깐 언급했던 궁녀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다룬다. 저자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왜 천민인 공노비 중에서 궁녀를 선발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양인의 딸을 궁녀로 선발하는 것에 대한 양인들의 반발이 심했고, 관료들도 이를 견제했기 때문이었다.
딸이 평생 결혼도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하다가, 다 늙어서 죽을 때가 되면 궁에서 나와 홀로 죽어야 하는데, 어느 부모가 이를 좋다고 했을까? 그래서 궁녀는 만만한 공노비에서 선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궁녀의 심부름꾼인 무수리는 무엇인가? 궁녀는 양인이고, 무수리는 천민이기에 지위가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무수리는 성인 여자 중에서 필요에 따라 뽑아서 쓰는 비정규직 비슷한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궁녀의 수를 늘리려는 왕실에 대한 관료들의 견제 때문에 궁전에서 일하는 일꾼이지만 궁녀는 아닌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유사궁녀에 무수리, 비자, 방자, 의녀 등이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궁금증②] 후궁의 선발 조건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