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동봉 석불
정만진
불교가 남긴 문화유산의 창고
동화사에는 보물을 비롯한 불교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절 경내로 들어가는 일주문(봉황문) 바로 옆의 절벽에 새겨져 있는 마애불좌상부터가 보물 243호이다. 이 마애불은 심지대사가 직접 정을 들고 새겼다고 전한다. 그 외에도 당간지주, 금당암 동서 삼층석탑, 비로암의 삼층석탑과 석조 비로자나불좌상, 석조부도 등도 국가 지정 보물이다. 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큰 불상으로 알려진 '남북통일발원약사여래석조대불(약칭 '통일대불')'도 있다. 높이가 무려 30m, 둘레가 16.5m에 이르는 이 대불은 1992년 11월 27일에 완공되었다.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봉서루 건물의 뒷면 벽에 있는 '嶺南緇營牙門(영남치영아문)'이라는 편액도 유심히 보아야 할 사적이다. 이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이곳을 승병 지휘의 총본부로 삼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물이다. 대웅전 좌후면에 있는 조사전(祖師殿)에 가면 '사명당대장 진영'이라는 제목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물론 조사전에는 극달화상, 심지대사 등 옛 고승들의 영정도 걸려 있다. 조사전 왼편의 오동나무 앞에는 대구시가 근래에 세운 '심지대사 나무'라는 팻말이 서 있다.
봉서루 앞에서 왼쪽으로 금당암 뒤편으로 난 작은 고개를 넘은 다음 다시 오른쪽으로 오르면 염불암을 거쳐 동봉에 이르는 팔공산의 대표적 등산로가 이어진다. 염불암 뒤편에는 커다란 바위에는 양면에 마애여래와 마애보살의 좌상이 각각 새겨져 있다. 염불암 뒤에는 왕건이 견훤에게 대패한 후 도망쳐 와서 홀로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는 일인석(一人石)도 있다.
염불암을 지나 계속 오르면 동봉에 닿는다. 동봉 바로 아래에는, 염불암에서 하산하지 않고 이곳까지 올라온 이들에 대한 예의인 양 높이가 6m나 되는 거대한 화강암 석불이 동봉을 등진 채 버티고 서서 환영을 해준다. 팔공산 최고봉을 등진 채 이 거대 석불 앞에 서 있노라면, 해발 1155m나 되는 이 높은 곳에 이처럼 거대한 불상을 새겨놓고 날마다 올라와 기도를 한 신라인들의 신앙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