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동산동의 선교사 주택.
정만진
새 제일교회 일대의 길에는 역사적인 이름이 붙어 있다. '대구 3.1운동로'이다. 계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서문시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시위 군중은 선교사 주택 사이로 난 만세로를 따라 행진하여 시내 중심가로 진출하였던 것이다. 이 길에는 또 미국 미조리주에서 옮겨와 심은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의 자손목도 있고, '동무 생각' 등을 작곡한 박태준의 노래비도 근래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선교사 주택들이 있고, 3.1운동로가 있고, 역사를 자랑하는 사과나무도 있고, 박태원의 음악적 추억도 깃들어 있고, 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자 중고교도 있고, 1898년 10월에 개원한 제중원(지금의 동산병원)도 있는 이 언덕은 근래 들어 '대구의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있다. 물론 그렇게 불러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면 계산성당, 대구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계성학교, 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이 지척에 있고, 나라 안의 거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도 길 하나 건너에 있다.
대구의 몽마르뜨 언덕을 거닐면서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동무 생각'을 나직한 목소리로 한번 흥얼거려 보자.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 적에 나는 멀리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