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활짝 웃고 있다.
남소연
부산에 사는 손형안 인턴기자의 아버지 손아무개(57)씨는 "홍준표 근마 원래 이름이 홍판표 아이가"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즈그집도 억수로 가난했데이. 뭐 지금은 잘나가는지 몰라도 옛날엔 그랬다. 지 스스로 변방 비주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한나라당 계파구도의 절충안이지 않겠나 싶다. 그니깐 힘이 없다는 거지."그는 현재 부산에서 한나라당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놈들 뽑아주면 즈그끼리 알아서 다 해쳐묵는다아이가. 일단 되고 보자는 심보지 뭐. 그래서 작년에 난 부산시장 뽑을 때도 김정길이 뽑았데이. 이제 한나라당 절대로 안 뽑아줄 끼다."격양된 감정으로 한나라당에 실망감을 나타낸 손씨와 달리, 역시 부산에 거주하는 김민석 인턴기자의 어머니 주아무개(54)씨는 '관심없다'는 투다.
"홍준표가 누고? 뭐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 됐다고. 그 누가하든 똑같다 아이가, 바빠 죽겠구만 뭘 그런 걸 물어보노. 고마 전화 끊자."이처럼 부산 지역의 부모님들은 한나라당 자체에 실망을 보이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경남은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여당 지역구 의원들이 제대로 '텃밭'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강했다.
[서울] "친이고 친박이고, 다 그놈이 그놈이지""난 박근혜를 지지했는데. 여성 대통령에 긍정적이니까. 이번에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마음에 들고."문해인 인턴기자는 평소 급진적인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시던 아버지 문아무개(52)씨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명박보단 박근혜가 좋으니까"라며 '하하' 웃는 문씨를 보며 문 인턴기자는 또다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언제까지 우리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해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에 잠겨 있던 문 인턴기자에게 문씨는 "그런데 우리 딸 술 많이 취했구만?"이라며 말을 건넸다. 문 인턴기자는 '그러게, 내가 지금 밤 10시에 아빠한테 전화해 뭘 물어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어쨌든 홍준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씨의 최종적인 답변을 듣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숙취로 쓰린 속을 안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문 인턴기자는 역시나 잠에서 막 깨어나 몽롱해 보이는 어머니 윤아무개(51)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는 별로지 뭐. 친이 친박 몰려있지 않은 사람으로 뽑은 거라매. 원희룡은 친이의 대표주자고. 그래서 유승민인가 친박계가 2위 먹었다잖아. 엄마한텐 아무런 의미도 없어. 친이고 친박이고. 다 그놈이 그놈이고. 누룽지 끓여줄게."윤씨는 숙취로 고생하는 문 인턴기자를 위해 누룽지 담은 냄비를 불에 올렸다.
문득 윤씨가 같은 여성으로서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진 문 인턴기자는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근혜는 대통령 못해. 문재인이 나오든 어쩌든, 어떻게든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는 걸 막아야지."문 인턴기자는 윤씨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을 지지했지만 오세훈 당선을 막기 위해 한명숙을 찍었던 것을 떠올리며 '엄마답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