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터뜨리는 제셉 대령.(잭 니콜슨 분)
어퓨굿맨
"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You can't handle the truth!)"영화 속 조셉 대령의 분노다. 오지에서 적을 감당해야 하는 일선 군인으로서, 한가로이 후방에서 지내는 법무장교에게 터뜨리는 일갈은 어쩌면 진심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대를 유지하기 위한 그의 고뇌가 한편 이해된다.
군대는 특수사회다. 잘못된 행동 하나 하나가 곧 부대원의 목숨과 연결되기에 임무는 서릿발같이 완수하고, 정신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군대도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 개개인의 능력차, 성격차가 존재하고 그래서 때때로 뒤처지는 이가 나타난다.
군에 다녀온 이들이면 기억할 것이다. '저런 사람이 왜 우리 부대에 있어 모두를 괴롭히나'하는 그런 '고문관'은 분명 존재한다. 말귀가 어둡거나 행동이 재빠르지 못하고 때로는 너무도 여리기만 해 주변 소대원·중대원들이 힘들었던 기억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병사들의 격려로 군은 돌아간다. '할 수 있다'고 등을 두드려 주고, 짐을 거들고 업무를 분담해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그렇게 해도 적응이 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이를 적절히 해결치 못한 간부들의 무능력을 질타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사병들이 나서 그를 단죄할 수는 없다. 흔히 억울한 판결을 두고 '사법살인'이라고 한다. 기수 열외가 그보다 못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칼로 찔러 심장이 멈추고, 의식이 끊겨야만 살인일까. 사법살인은 아쉬운 대로 변호인이라도 있다. 사람을 사면초가의 벽으로 내모는 기수 열외는?
해병대다운 명예는 악습에서 벗어나는 것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병사들을 매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순간도 죽지 못해 버티어 내고 있는 제2, 제3의 김 상병이다. 이 잘못된 문화가 지속되는 한 충격적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영화 <어 퓨 굿 맨>의 제목은 '소수정예'라는 뜻으로 미 해병대를 지칭하는 슬로건이기도하다. 마치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하다.
누구나 갈 수 없는 군대, 충성심과 명예, 사나이다움으로 똘똘 뭉친 군대. 그건 동료를 따돌리고 숨 막히게 만드는 문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나이다움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떠안을 수 있는 따뜻한 품성에 있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기수 열외', 그건 문화도 불문율도 아니다. 구태고 악습이고,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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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열외, 한국 해병대의 '코드 레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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