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산길에서 본 명사해수욕장
김종길
바닷가 다섯 마을
저구, 원래는 '저구말방'으로 왜구 또는 어선들이 풍랑을 피하여 드나들던 포구라 하여 저구猪仇라 하였다고 한다. 저구, 명사, 근포, 대포, 홍포의 5개 마을이 있다. 이 다섯 마을을 지나 여차까지 걸을 예정이다.
마을 끝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숲과 산으로 각기 나뉜 길은 잠시 뒤 해안에서 다시 만났다. 해안의 끝에 길게 이어진 백사장이 보인다. 명사해수욕장이다. 거제의 명사십리라 불리는 이곳은 밀개라 불리기도 했다. 남쪽의 망산이 거친 파도를 막고 있어 내륙으로 깊이 들어온 바다는 한없이 잔잔하고 얕다. 수심이 깊지 않으니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백사장 뒤로는 오래된 노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건너편 산허리에 길의 흔적이 길게 남아 있다. 여행자가 지나온 길이 아주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마을 사이 골목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 근포로 향했다. 밋밋한 아스팔트길을 달래려는지 때마침 시원스런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두 팔을 양껏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