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한 쪽 돌 위에 평화문화광장 소개글과 조감도가 놓여있다.
김동언
주차장 한쪽 돌판 위에 조감도와 함께 평화문화광장을 조성한 취지를 적어 놓았다. "통일 후 미래를 대비한 상징적인 한민족 공동체 번영의 공간으로서 상생과 공영,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의 정신을 나타내고 평화, 문화, 생태, 통일,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조성한 광장이란다.
통일 후 미래를 대비해 미리 만들어 둔 것이라니 그 선견지명을 따라갈 길 없다. 하지만 평화, 문화, 생태 등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크게 짓고 보자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득 과연 '광장'의 정의가 뭘까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란다. '여러 사람이 뜻을 같이하여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도 있다. 누구도 쓸 수 없도록 블록을 깔고 비워 놓아 확실히 넓긴 하나, 언제쯤 많은 사람이 모여 뜻을 같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인통제구역을 출입할 때마다 불편한 출입절차를 거치고, 군부대서 안 된다면 못 들어가는 경험을 수없이 한 사람의 상식을 가지고선, 통일할 때까지는 이 광장을 채울 일이 없겠구나 하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스친다. 게다가 위치가 남방한계선 바로 코앞이니 말을 더해 무엇하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눈에 보이기 위한 대형 이벤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광장의 참 뜻은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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