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의원 "불출마 선언 출발점은 민주노총"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강연 ... "내년 총선, 원내교섭단체 위해서는 통합해야"

등록 2011.07.04 21:38수정 2011.07.0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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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나? 해볼래?"

'진보정치 맏형'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이 노동자들 앞에서 진보정당을 통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권 의원이 "왜 불출마 선언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권 의원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경남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강연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진보정당통합 추진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권영길 의원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진보정당통합에 대해 강연했다.
권영길 의원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진보정당통합에 대해 강연했다.윤성효

지난 2일 4명이 모여 저녁 늦게까지 나눈 이야기부터 소개했다. 권 의원은 구체적인 참석 인사들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도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

"민주노총에 기대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흔쾌히 동의가 되든 안되든 기대할 수 없는 거 아니냐. 말로는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을 해가자고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 것이냐. 한 사람은 노동운동의 씨앗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노동교육을 시작했다. 모두 민주노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권영길 의원은 "불출마 선언의 출발점은 민주노총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비판을 받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면 우리 사회는 끝이다"면서 "어떤 이는 민주노총이 해체되는 게 낫다고 하는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하겠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고민의 첫걸음이 불출마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참좋은 진보'라고 새겨진 부채와 '바꾸자'는 의미로 박카스를 선물로 권영길 의원한테 전달한 뒤 웃고 있는 모습.
권영길 의원은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참좋은 진보'라고 새겨진 부채와 '바꾸자'는 의미로 박카스를 선물로 권영길 의원한테 전달한 뒤 웃고 있는 모습.윤성효

"현장 동지들은 당이 쪼개지고 난 뒤 현장은 찢어졌다고 한다. 당이 쪼개지기 전에도 정파라고 해서 다툼이 있었다. 쪼개진 뒤에는 밥도, 술도 같이 먹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는 했지만 형식적이었다. 거의 사실이다. 쪼개진 현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 창원이며 울산, 천안, 안산, 심지어 강원도에 가서도 그랬다. 몇몇은 '무슨 낯짝으로 우리 앞에 오는데'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당이 쪼개지고 나서 우리는 다 죽게 되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권 의원은 "현장 동지들은 '위원장이 할 일은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그것은 갈라진 당을 하나로 묶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장부터 통합을 하라고 하는데 안된다. 정당이 통합돼야 현장도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 10명이 당선됐던 17대 국회를 회상했다. 권 의원은 "당시는 우리 목소리를 대변할 국회의원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다. 그런데 10명이나 탄생했다. 뭐 좀 될 것 같았는데 안되더라.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않으니까 푸대접을 받았고,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었다"면서 "심지어는 본회의가 열리기는 6시간 동안 기다렸던 적이 있다. 국회는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본회의 일정이며 안건도 결정한다"고 말했다.


"단체교섭이 아니면 국회 돌아가는 판조차 모른다"고 한 그는 내년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통합하면 20석 이상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역구에서만 10석 이상 될 수 있고,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

권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는 막는 거 위주였다. 노동조합법 개정이며 '타임오프' 시행 때도 그랬다. 지금은 우리 것을 만들어보자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우리 안을 상정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원내교섭단체가 되어 안건 등에 합의해 주지 않으면 국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법을 상정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눈 앞에 보인다. 허황된 게 아니다. 그 길은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길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참좋은 진보'라는 글자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바꾸자'를 의미로 건네 받은 '박카스'를 마시고 있다.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참좋은 진보'라는 글자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바꾸자'를 의미로 건네 받은 '박카스'를 마시고 있다.윤성효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전망에 대해, 그는 "사실은 산넘어 산이다.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여는 길 밖에 없다. 통합의 핵심이 뭐냐. 한 쪽이 빠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입장에서,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 가진 것 다 지키고 있으면 안된다. 당원과 의원이 더 많은 민주노동당이 더 열고 더 양보해야 한다. 이 말을 누가 해야 하나. 권영길이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당원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노동당 활동가들과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 있다. 앞으로 많이 하려고 한다. 너희 가슴 속에는 '진보신당, 저 꼴통 좌파들 나가고 나니까 회의도 빨라지고 해서 좋다' 거나 '갈라지고 나서 선거를 통해 거의 정리되는데 왜 통합해서 문제를 만들려고 하느냐'는 생각을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하더라. 전국적으로 보면 정파는 몇 명 되지 않지만, 현장 안에서는 판을 흔들 수 있다. 통합하지 않으면 갈라져서 선거판에 대결하게 되는데, 양보 없는 대결이 될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 명도 없이 궤멸하게 될 것이다. 진보진영 전체가 물러가는 것이고, 민주노총이 죽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마찬가지로, 주사파 꼴통들이 없으니까 시원하다고 했을 것이다. 우리 끼리 하니까 잘 맞고 그럴 것이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만 이대로 10년 정도 가면 안 되겠나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간과하는 게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진보적 의제들을 보수정당이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 '박근혜표 복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은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진보정당과 차이는 있지만 국민들은 구분하지 못한다."

권영길 의원은 "길은 하나 밖에 없다"면서 "진보정당이 통합해 민주노총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그 목소리를 내야 하기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앞에 놓인 난제들을 풀어가기가 힘들다. 됐나. 해볼래. 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경남본부 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참좋은 진보'라는 글자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경남본부 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참좋은 진보'라는 글자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윤성효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는 '진보정당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경남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은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창원예술단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진보의 합창"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4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는 '진보정당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경남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은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창원예술단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진보의 합창"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윤성효
#진보정당대통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권영길 의원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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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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