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수확하고 있어요이것저것 다 따보아야죠
방제식
도시농업이 열풍입니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불과 2년 전만 해도 생소한 용어였는데, 이제는 도시농업지원법까지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마당텃밭? 이상한 용어입니다. 마당에 있는 밭이 원래 텃밭인데, 마당텃밭이라니. 시멘트 위에 상자를 놓고, 그 안에 흙을 담아 농사를 짓는 상자텃밭을 이용하다 보니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하게 시도하던 상자텃밭을 작년에 이어 올해는 사무실 앞 마당에서 시도해보았습니다.
4월 초에 심은 감자는 아직 수확하기에는 잎이 너무 파릇파릇합니다. 그런데 다음주까지 내내 비 소식이 있어서 그냥 빨리 캐보고자 아이들 학교 끝나면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포트에 심어 상자텃밭 위에 올려놓았는데 본 화분에 뿌리를 깊이 내린 호박과 오이 모종을 감자를 캐고 난 빈 상자텃밭에 얼렁 옮겨 심어야겠기에.
큰 딸래미인 하연이가 같은 반 친구 혜지와 함께 왔는데, 제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에 집이 있는 석우도 우연히 조우했습니다. 그리고 하린이는 언니, 오빠들 따라서 흙장난에 신났습니다.
사실 올 초에 상자텃밭에 처음 감자를 심었을 때, 오래된 연립주택이라 유난히 많은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그거 밑이 들라나 몰라? 그냥 고추나 심지" 하고 한마디씩 거드셨습니다.
그리고 마당텃밭에 있는 작물들에 대해서 작년과는 다르게 말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첨으로 시도해본 것이라 이것저것 키우기만 했지 잘 자라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말 잘 자라고 수확도 많이 하니 오며 가며 한마디씩 하십니다.
"아유~ 아저씨, 우리 모종 좀 나눠줘.""아저씨, 올해는 정말 잘 됐네.""벼도 심을라고?""막걸리 한 사발 받아올까?"
그런데 드디어 그 말 많던 감자를 캐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듭니다.
"어? 정말 밑이 들었네?""햐~ 거기 감자가 그렇게 열렸어?""참, 신기하네. 허~."야쿠르트 아줌마도 한마디 거듭니다.
"거기서 나온 거예요? 정말로?"아이들 주먹만 한 감자들이 한 상자에서 5-7개씩 달려 나왔습니다. 이왕 친구들까지 온 김에 인심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