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유성호
여유를 담은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연일 장대비가 퍼붓는 가운데 죽염과 물에만 의존해 언론노조 투쟁 현장을 누비느라 늘 긴장한 탓인지 지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농성장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악수를 청하는 언론계 선후배나 지인들의 '길거리 응원'은 큰 힘이 됐다. 덕분에 이 위원장은 생애 첫 단식을 무사히 마쳤다. 이날 6월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무산되자 언론노조 비상대표자회의에서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어 최후 수단으로 하는 단식은 아니었어요. 투쟁 강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죠. 아쉬운 점은 많지만 소기의 목적은 거뒀다고 봐요. 단식 전에는 상황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4.27재보선 승리 이후 야당과 진보진영이 느슨해진 반면 정부는 6월 3일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계기로 진영을 갖췄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선> 출신 김효재 정무수석, <중앙> 출신 김두우 홍보수석, <동아> 출신 이동관 언론특보 등 '조중동' 출신 3인방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언론과 핫라인 체계를 갖췄다. 급기야 지난 20일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수신료 날치기 처리도 '조중동'을 위해 미디어렙법안을 가라앉히는 시나리오를 짠 거예요. 상황은 긴급하고 우리 쪽은 싸울 준비가 안 돼 있어 긴박성을 알리는 데 내 몸부터 바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단식을 시작했어요." 이 위원장 단식을 시작으로 언론노조는 지난달 27일 '끝장투쟁' 결의대회, 28일 한나라당 지역당사 및 지역구 규탄대회, 한나라당 원내대표 항의방문 등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덕분에 싸움이 힘들 거 같으니까 협상하자는 안이한 판단이 확실히 없어졌어요. 싸워야 하고 싸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전까지 집회 거의 못 하고 모여야 200명 정도 모였는데 요즘엔 최소 700~800명씩 모여 다들 놀라요.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 지구당사 앞 집회도 위력을 발휘했고 대중 이해시키는 방법도 개발했어요. 6월 싸움 준비 안 된 채 시작했지만 마지막에 제대로 싸웠어요. 이제는 승산 있다고 생각해요.""KBS 공영방송 본분 망각... 수신료 인상 요구 염치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