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버스터미널
김종길
지난 22일 오전 10시. 진주에서 거제도 고현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는 거제도 쌍근마을. 거제도는 여행자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다. 뭍과 연결된 원래의 다리에다 거대도시와의 전천후식 만남이 있고 난 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곳이다. 섬 고유의 것은 진즉 사라진지 오래고 거대한 도시의 휴양지로 변모되고 있다는 것은 비단 여행자만 느끼는 어쭙잖은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
거제도에도 걷기 좋은 길이 생겼다. 아니 생겼기보다는 원래 있던 길에다 '무지개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 길을 처음 간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한동안 꼭꼭 숨겨두고 싶었던 길이 외지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행자는 발길을 끊어 버렸다.
그럼에도 이 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마치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처럼 다시 이 길을 찾게 되었다. 분명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기억은 처음의 그 사랑으로 남아 있다. 차라리 만나지 않고 오래도록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의 욕구는 그 애틋함을 애써 무시해버린다.
10시에 진주를 출발한 버스는 통영에서 잠시 쉬었다. 기사님이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했다.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시키는 대로 버스를 갈아탔다. 일종의 환승인 셈이다. 버스가 바다를 건너는 걸 보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눈을 떴다. 고현버스정류장이었다. 여기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건데 아무리 봐도 시내버스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어묵과 계란을 팔고 있는 가게에서 쌍근 가는 버스시간을 물었다. 잘은 모르겠고 바깥에 나가면 안내도가 있을 거라고 했다. 계란 3개를 사서 감사를 표했다. 걸으면서 허기를 채울 생각이었다.
밖에서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버스 안내문을 발견했다. 벽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문이 아니라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최신식 시간표였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쌍근마을 가는 버스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기를 한참, 무작정 기다렸다. 잠시 후 모니터가 움직이더니 '12시 55분. 쌍근'이라고 적힌 글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