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우리는 모두 30원짜리입니다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최저임금과 KBS 수신료 인상, 무엇이 더 급한가

등록 2011.06.28 13:43수정 2012.08.06 18:44
0
원고료로 응원
a

‘최저임금현실화 경남도민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2차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 윤성효


"아니 30원이 뭐야, 30원이. 창피한 줄 알아야지. 설마 한나라당도 30원? 의원들끼리 사석에 앉으면 물가상승률 수준은 돼야지 해요. 그럼 최저임금위원회도 방문하고 말이야, 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혀. 이번에도 아마 최악의 수준으로 결정될 것 같은데, 이거 원."

청소노동자 출신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의 말입니다. 그는 28일 오전 가장 먼저 국회 정론관을 찾았습니다. 연단에서 마이크를 쥐자마자 성토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듣겠습니다.

KBS 수신료는 1000원 인상, 최저임금은 30원 인상

"올해 최저임금이 내일 결정됩니다. 경총이 처음에는 동결을 주장하더니 선심 쓰듯 30원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4320원에서 30원 오르니까 4350원. 이거 너무 화나는 일 아닙니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에서 KBS 수신료 1000원 인상 강행처리하겠다고 난리인데…. 국민 보기에 최저임금 1000원 인상이 먼저일까요, 준조세 인상이 먼저일까요?"

실은 저도 출근길 '30원' 입장을 들었습니다. 그놈의 30원 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나?" 전국에서 날마다 피똥 싸며 과로와 스트레스로 헉헉대는 1500만 노동자를 씹다버린 껌딱지로 생각하지 않는 한 요따위 30원안을 내놓을 수 있나 싶더군요. 게다가 경영계는 3년간 동결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우선, 생각해 보십시다. 30원의 가치를. 요즘은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아 10원짜리 동전을 없애네 마네 하는 판국에 30원.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두 일시에 마빡에 30원 딱 써 붙이고 일손을 놓아야 그때 가서 아 30원은 좀 심했나 생각할까요?

가만 보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늘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 궁리만 하고, 정작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줄 마음은 없는 모양입니다. 급기야 28일 오후 2시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KBS TV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은 결사항전의 자세로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태세이나 워낙 숫자가 부족한 터라 정말 막아낼지 의문입니다. KBS TV 수신료 1000원 인상해준 뒤 "아~ 막으려고 했는데" 해본들 무엇하겠습니까.

다들 아시는 것처럼 KBS TV수신료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붙어 나옵니다. KBS는 단 한 푼의 징수비용을 들이지 않고 연간 2200억 원을 가져가게 됩니다. 경총이 선심 쓰듯 30원, 0.7% 인상하겠다고 했는데요. TV 수신료 1000원 인상하면 이거 40% 인상되는 겁니다.


매년 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을 결정하는 기본 단위이자 850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액 1000원 인상은 절대 못하겠다면서 TV 수신료는 후딱후딱 잘도 올리려 하는군요.

최저임금 4320원이지만 4000원도 못 받고 일하는 알바

a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지도부들과 박자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오른쪽)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인도에서 반값등록금 실현과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608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뒤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43%가 편의점이나 PC방, 패스트푸드점 같은 데서 시급을 받고 일했습니다.

시급 알바로 받은 돈은? 법정 최저임금인 4320원 이상을 받은 학생은 34%에 불과했고, 나머지 66%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4000원도 못 받고 일한 학생들은 23%, 그 중 7%는 3500원도 채 받지 못하고 일했다고 합니다.

일하는 빈곤이 계속 늘어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 처참한 한국적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어떻게 철면피처럼 국민의 돈을 뜯어갈 생각만 하는 걸까요?

29일 결정되는 최저임금에 대해 야4당은 노동계와 입장을 함께 합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노동계의 요구대로 5420원으로 1000원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원이 뭐야"라며 "25% 인상 관철 안 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놓습니다. 경총과 전경련 같은 돈 많은 대기업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씁쓸하게 웃습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떤 입장일까요?

a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제가 오늘 오전에만 한나라당 국회의원 7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성식 정책위부의장, 안홍준 정책위부의장, 안형환 대변인, 이두아 원내 공보부대표, 이범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배은희 대변인입니다. 대부분 회의 중이거나 전화를 안 받으셨는데 배은희 대변인은 "파악을 못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 죄송하다"고 얘기했고, 이두아 부대표는 "정책위에 물어보세요, 발표 전 단계에서 저는 잘 모릅니다" 하더군요.

안홍준 정책위부의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못 해봤다"고 얘기했습니다. 29일(내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데 아직도 논의를 못해봤느냐고 쏴붙이니 "노사정위원회 결정사항을 지켜보고 그 뒤에 해야지 그 전에 여당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더군요.

경총이 내놓은 30원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건 말도 안 되지. 전략적으로 내놓은 거라고. 언제 경총이 내놓은 안 그대로 통과된 적이 있어요? 중재안 나올 거고 그때 얘기합니다. 한나라당이 손 놓고 있다, 이렇게 보면 안 됩니다. 자, 그렇게 정리합시다."

손놓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적극적이지도 않습니다. 관망이죠. 이게 책임있는 여당의 자세일까요? 하루에도 수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그들이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며 최저임금에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는데 이런 건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긴 비 뒤에 쾌청해진 날씨가 상쾌했는데 돌연 후텁지근해지는 건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TV 수신료 #30원 #1000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2. 2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3. 3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4. 4 요즘 6070의 휴가법은 이렇습니다
  5. 5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