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세입자 쫓아내는 재개발

이주비 문제로 집주인 "방 빼"... 전세값 천정부지 올라 갈 곳 없는 서민들

등록 2011.06.27 12:09수정 2011.06.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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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한만송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주거문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재개발로 인해 세입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물량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을 펴는 현 정부에서 부동산 침체로 인한 민간 주택물량 공급 부족으로 전세대란과 그 피해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과 부동산114 등의 발표를 보면, 수도권의 전세값은 2009년 3월 이후 올해 5월까지 27개월 연속 올랐다. 말 그대로 전세대란이다. 문제는 이 전세대란이 해소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신혼부부 등의 신규 주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민간의 주택 공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고 침체기에 들어가 투자자도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해, 민간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 할 것 없이 전세 물건이 부족한 실정이다.

집 주인, 재개발 이주비 문제로 "방 빼"

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에 살고 있는 세입자 박아무개씨는 최근 집 주인으로부터 이사 갈 것을 통보받았다. 다른 곳으로 6개월 정도 집 주소를 옮겨달라는 집 주인의 주문을 거부한 뒤였다.

집 주인과 박씨는 비교적 좋은 관계였다. 주인은 몇 년 동안 전세금을 올려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집 주인이 박씨를 내쫓은(?) 까닭은 뭘까? 바로 재개발 때문이다. 해당 지역은 산곡7구역으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설립 후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다. 문제는 세입자 이주비다.

박씨는 구역지정 고시공고일 3개월 이전에 현 주소에 전입했다. 결국 집 주인은 향후 관리처분 과정에서 박씨에게 이주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이사 가라고 통보한 것이다. 집 주인은 박씨 외에 세입자 3가구에 이주비를 약 1000만원씩 지급해야 하는 처지다.


박씨는 현재 갈 곳이 만만치 않다. 다시 전세를 얻어야하는데 웬만한 돈으로는 얻을 수 없고, 전세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평은 재개발 지역이 많은 데다, 박씨가 지금 사는 곳처럼 대부분 조합 설립 후 시공사를 선정한 단계다.

피해자 줄이기 위해선 제도 개선 시급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르면, 세입자 이주비를 조합에서 일률적으로 부담하는 형식과 세입자가 있는 조합원만 부담하는 형식 중에 택일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이 조합원만 부담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어 박씨 같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주비를 포기하라고 집주인들이 요구해, 나중에 이주비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 산곡7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전체가 부담할지, 해당 조합원이 부담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오래된 세입자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조합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행정관청에서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조합 자체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재와 같이 재개발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조건에서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박병규 정책국장은 "도정법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임차인 주거안정 지원'에 쓸 수 있도록 개정됐고, 시행령 60조 4항에도 세입자 보상비, 주민 이주비에 대해 국가 또는 지자체가 보조 또는 융자를 지원할 수 있게 명시됐다"고 한 뒤 "전임 인천시장 8년 동안 구도심에서 걷은 세금을 송도 등 신도시에 투자했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도 시는 주거환경정비기금을 대폭 확충하고, 이젠 구도심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힘써야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도정법 #주거환경정비기금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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