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천 원, '껌값'이 아니라 '언론자유 값'

[주장]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 방송 위한 것...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은 명심해야

등록 2011.06.24 14:55수정 2011.06.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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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시내버스 요금은 1100원이라 1000원으로는 버스를 탈 수 없다. 요금 가격 논란이 일고 있는 '신라면 블랙'은 처음 나왔을 때 대형마트에서 1320원에 팔았다. 물론 지역마다 마트마다 가격은 제각각이었지만 1300~1400원 안팎이었다. 그러니 1000원으로는 신라면 블랙 한 봉지도 살 수 없다. 

10원과 100원짜리 동전이 물건을 살 수 있는 재화 가치보다는 '거스름돈' 개념이 더 강하듯이 아마 1000원짜리 지폐도 몇 년 후에는 잔돈 개념이 될 가능성도 많다. 한마디로 '껌값'이다. 그런데 껌값에 불과한 1000원이 온 나라를 들쑤셔놓고 있다. 국회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은 뭇매를 맞고 거의 넉다운 상태다.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만 덜컥 합의해줬다가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KBS에 잘보이려는 것이며, 결국 그들의 공갈협박에 놀아나는 존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어떤 누리꾼은 민주당 누리집 '자유토론'방에 "KBS수신료 인상안에 합의해 준 김진표 원내대표는 정식으로 사과하시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십시오! 그런 정신으로는 내년 총선에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하다"는 비판을 했다.

엄청난 비판 앞에 민주당은 결국 김진표 원내대표의 KBS 수신료 합의안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왜 겨우 껌값에 불과한 1000원 때문에, 솔직히 1000원 올린다고 서민가계도 직격탄을 맞는 것도 아닌데 왜 언론단체와 <조중동>같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 시민들은 결사 반대를 하는가.

친일부역자와 독재자를 칭송하는 방송에는 천 원도 아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KBS는 이명박 정권 들어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 정부 찬양은 잘하면서 정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일은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한다. 언론 정신을 팔아먹은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달 8일 경북 구미시 낙동강 해평취수장 가물막이 보가 붕괴되어 구미 시민들이 며칠 동안 고생을 했다. 가물막이 붕괴는 4대강 공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KBS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 <뉴스9>는 <낙동강 '물막이 보' 붕괴…17만 가구 단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에서 취수장의 임시 물막이 보가 무너졌다"며 4대강 공사가 원인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9일 <뉴스광장>에서 '4대강'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보도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14일 <검찰, 김해수·서갑원 부산저축 비리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애초 KBS가 먼저 단독 취재해 기사까지 출고까지 했으나 간부들이 보도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한겨레> KBS,'김해수 비리' 특종 막아놓고 취재진에 되레 경위서 요구 - 2011. 6. 16.)


이렇게 MB정권에 누가 되는 것을 보도하지 않는 KBS에게 시청료를 올려줄 이유가 없다. 특히 24일과 25일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2부작 <전쟁과 군인>을 방송할 예정이다. 주인공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으로 제작진은 "백선엽은 한국군을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전쟁 영웅이자 진정한 장군이었다"며 백선엽 칭송을 내보낸다. 

하지만 백선엽은 동북항일연군 등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서 군생활을 해 '친일부역군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이 주도한 지리산 빨치산 토벌 작전이 무고한 양민들의 희생을 불러왔다는 증언은 충격이다.(<한겨레> "백선엽 지리산 토벌작전 때 양민 집단 동사" - 2011. 6. 23.)

그리고 광복절에는 독재자 이승만 특집방송 5부작을 방송할 것이다. 독재자 이승만은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반민주주의자이다. '국영방송', '독재찬양방송'도 모자라, '친일부역자'를 칭송하는 방송이 되었다는 비판받는 KBS에게, 수신료 1000원은 비록 신라면 블랙 한 봉지도 살 수 없고 우리 동네 시내버스 요금도 안 되는 적은 돈이지만 절대로 더 줄 수 없다.

조중동 방송을 공룡으로 만들어주는 짓임을 잊지 말자

KBS의 이런 오욕은 1980년대 '땡전뉴스'가 정권이 바뀌어 공영방송으로 본질을 회복했듯이 김인규 사장이 퇴진하고 정권이 바뀌면 공정방송 회복과 제작 자율성 보장을 통해 공영방송으로 회복되면 당연히 수신료 인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난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을 강행처리한 후 '조중동 방송'이 탄생하는 길을 열어주었는데, 수신료 인상이 조중동 방송 연착륙을 위한 특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S의 공영성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바로잡을 수 있지만 한 번 시작된 조중동 방송 특혜는 바로잡기 힘들다. 지금도 이들 신문은 대한민국 언론을 왜곡하는 주역들이다. 방송까지 왜곡에 나선다면 대한민국 언론은 비극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1000원을 껌값으로 여겨 인상해주는 것은 국영방송이 되어 언론 사명을 저버린 KBS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여론을 왜곡하는 조중동을 공룡으로 만들어주는 죄를 짓는 것이다. KBS 수신료 1000원 인상 반대는 '껌값'이 아니라 언론자유를 지키는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값'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은 더 그렇다.
#KBS수신료 #1000원 #민주당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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