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372번지 매몰지에 설치된 배수로.
구영식
"이 매몰지처럼 잘해놓은 공원묘지도 없을 것"사무실에 모인 이들은 모두 보상금 문제에 열변을 토했다. 정작 기자의 취재대상인 매몰지는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 탁호균 안동시 농업인단체 협의회 회장을 지낸 우남식씨는 "지금 안동의 매몰지에는 침출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보상금 문제 때문에 장마철을 앞둔 매몰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한우 92마리를 삼촌 소유의 땅에 묻었다는 조정석씨를 설득해 매몰지로 향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 372번지에 한우 92마리를 묻었다. 그의 매몰지는 그동안 기자가 방문했던 매몰지 중에서 가장 잘 조성돼 있었다. 매몰지 전체는 비닐로 덮여 있었고, 특히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매몰지 주변에 잔디까지 심어놓았다. 매몰지 아래쪽은 단단한 돌로 옹벽을 쌓았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배수로도 만들어놓았다.
피해농가들이 단언한 대로 침출수도 없었고, 악취도 거의 나지 않았다. 특히 경북도청과 안동시 소속 공무원은 물론이고 인근주민까지 '감독관'으로 지정해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조씨가 "공원묘지 중에 이 매몰지처럼 잘해놓은 곳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 902번지에 조성된 한우 집단 매몰지를 찾았다. 이곳에는 1328마리의 한우 등이 묻혀 있다. 5단의 계단식으로 쌓은 매몰지는 왕릉을 연상시켰다. 이렇게 대형 매몰지임에도 악취는 나지 않았고, 침출수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피해농민들이 기자에게 "매몰지 문제는 그만 신경쓰라"고 소리칠 만했다. 다만 집중호우 등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해농가들은 여전히 보상금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조씨는 "구제역으로 인해 안동 경제를 쥐고 있던 한우의 95%가 땅에 묻혔다"며 "정부는 보상금을 좀 여유있게 줘서 한우 등 축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도 "세무서에서는 보상금에 종합소득세를 붙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지 못한 몇 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매몰지 사후관리는 그만하고 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구제역 매몰지 답사에 동행한 김현호 민주노동당 농민국장은 "그동안 당에서도 구제역 문제를 막연하게 환경문제 등으로 많이 접근해왔는데 피해농민들에게 급박한 것은 보상금 지급이었다"며 "그분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