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학생
이정환
"하지만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은 언제나 변함 없이 뾰족하더구나. 내가 아무리 학문을 익히고 무예를 다져도 나는 호색한 아버지에다 부정한 여인의 소생으로,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주어진 태생을 바꿀 수는 없었다." (소설 본문 중 독재자 수제헌의 고백)- 여태까지는 주로 폭군 이야기를 했지만, 소설을 읽어보니까 중요한 모티브는 '차별'인 것 같더라고요.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요?"예, 예, 맞습니다."
- 그래서 궁금하더라고요. 여고생이잖아요. 그럼 아무래도 로맨스 쪽으로 많이 쓰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렇게 흔히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차별을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는지. "로맨스도 나와요(웃음). 물론 처음부터 차별을 주제로 쓰자, 이렇게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캐릭터 설정을 하다 보니까, 이들이 걸어온 길에 대한 이유를 찾다 보니까, 모두들 상처가 있고, 그건 차별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설명하는데 가장 좋은 것이 차별이라고 봤어요."
- 그러면 차별이란 것,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에 속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질감이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본질인데, 차별은 주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이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거잖아요. 사람을 굉장히 외롭게 만들고, 프랑켄슈타인이 증오를 가지게 된 이유도 바로 외로움 때문이었잖아요. 무리에 속하고픈 사람의 본질 자체를 차단시켜 버리는 것, 그래서 차별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녀 차별 "아무리 약자 쪽에서 발버둥 쳐도 안 바뀌는 슬픈 현실""이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모 밖에 모르고 살다가 나이가 차면 정해진 상대에게 시집을 가 그와 평생을 함께 하며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장성하면 그의 혼사를 맺어 주는 것이 유일한 일거리가 되는 것이 소인에게 주어진 생입니다."- 소설에서 차아나의 말이잖아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다고 봐요?"아직도 꽤 많은 분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 이런 말 심심찮게 쓰이잖아요. 또 남녀에게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남자가 돈 많은 여자와 결혼했다고 하면 능력 좋네, 그러고,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된장녀라고 하잖아요. 이런 편협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남자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아요."
- 지금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우리나라 남녀 차별 문제를 미국과 비교한다면?"그런데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신데렐라 스토리 류 영화, 소설, 드라마가 굉장히 많아요. 지금 제가 다니는 학교를 봐도 남자 선생님들이 여자 선생님들보다 (보수가) 더 높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그래서 남녀 차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세계 어디 가든지 남자가 여자보다 좀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 사회적으로 강자라고 생각해요."
- 남녀 차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생각은?"아무래도 자기가 좀 더 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그 상태를 바꾸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없을 거 아니에요.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약자 쪽에서 발버둥을 쳐도, 그 상황이 바뀌기는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슬픈 현실이죠."
"우리 교육 현실, 영어 소설로 쓰고 싶어요"